정확히 60년을 이어온 BBC 드라마 <닥터 후>는 그 긴 역사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중 손꼽는 것은 스스로가 묶어온 매듭을 풀어야 할 때였다. 그 매듭들이 시리즈를 이끈 동력이기도 했으므로,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시간여행에 따르는 수많은 금기들과 닥터 스스로가 만들어온 원칙들이 대표적이다. 오랜 시리즈 가운데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온 엄격함은 이 시리즈가 되는대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니란 사실을 증명했다. 하나의 우주엔 하나의 시간선이 존재하고, 그리하여 자신들의 과거며 미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특히 그러했다. 언제고 있을 일이지만 제 죽음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것 또한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러한 매듭들이 불편해질 때가 온다. 오래 신은 신발이 작아졌을 때처럼 더 나아지기 위해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