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위기는 때때로 예술의 각성제가 되곤 한다. 2004년의 미국은 조지 W. 부시의 시대였다. 이라크 전쟁으로 폭력적인 자유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끊이지 않은 동안, 소외 계층은 점점 늘어났다. 자극적인 미디어는 복잡한 사회로부터의 일시적인 탈출구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 부시 체제의 참모진들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계층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 뒤에서 개인만의 이득을 챙기기 바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답답한 현실은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3인조 펑크 록 밴드 그린 데이는 묵묵히 본인들의 통산 일곱 번째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1994년 메이저 데뷔 앨범 < Dookie >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명성을 얻었으나, 이후로는 < Dookie >에 버금갈 만한 히트작을 발매하지 못한다는 평과 함께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그들은 관성적으로 늘 하던 음악과 비슷한 느낌의 곡들이 수록된 펑크 록 앨범 < Cigarrettes & Valentine >을 녹음했다.
모든 곡의 녹음을 마치고 후반 작업만 남겨놓았던 그때, 데모 테이프가 도난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낙심했으나 본인들이 빠진 음악적 매너리즘에 관한 고민이 있었던 밴드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 Cigarrettes & Valenttine >이 훌륭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 기회에 더욱 혁신적인 새로운 앨범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린 데이의 멤버들이 기존과는 다른 음악적 방향성을 찾고자 애쓰며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다양한 고통 속에 신음하며 병들어가고 있었다. 마침 더 후의 < Quadrophenia >, 핑크 플로이드의 < The Wall > 등 록 오페라 형식의 명반들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던 그들은 본인들이 살아가는 미국의 아픔을 포착하고, 펑크 록의 본질인 저항정신을 끌어 모아 당시 사회의 모습들을 음악에 녹여내기로 한다. 선거를 약 두 달 앞두고 있던 2004년 9월 21일, 그린 데이의 7집이자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록 오페라 앨범 < American Idiot >이 세상에 등장했다.
'멍청한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