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한 장면.
넷플릭스
보통사람이란 무엇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묻는다. 보통사람은 그저 아무 일도 없기를, 오늘의 걱정 따위 내일은 사라지기를 바라며 일상을 영위하는, 내 가족의 안위와 건강이 우선인 범부중생(凡夫衆生)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영하의 입을 빌리자면 보통사람이자 한 가족의 아버지는 고작 "상상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늘 하던 그대로 했어요"라는 항변밖에 할 게 없다.
전영하는 지극한 타인에게 일상을 파괴당하고 펜션이란 재산권을 침해하려는 심리적‧물리적 협박 속에서 일생 겪지 못한 고통을 다 강제 체험해야 하는 순간에도 할 게 별로 없다. 법과 수사 기관은 주먹보다, 폭력보다 멀다. 그렇다면, 보통사람의 최선이란 무엇인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영문 모르고 돌에 맞은 개구리들은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영문 제목이 '개구리'(The Frog)인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이 질문을 집요하게, 서사 전반에 걸쳐 묻고 또 묻는다. 집요함이 화근이었을까. 전개가 답답해 '고구마' 서사라는 혹평을 자처하게 된 근원은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외피에서만 비롯된 것일 수 없다. 그러나 애초 서사의 출발부터 존재했다는 이중 플롯이야말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야심 차고 진중하게 깔아놓은 주제 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이를 독창성으로, 주제의 강화를 위한 어느 정도 비관습적인 서사적 장치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그저 전개를 질질 끊는 불필요하고 불친절한 서사 전체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냐는 개별 시청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드라마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자, 그 주제로 가는 길목에서의 내적 형식이 얼마나 '고구마' 서사를 강화했느냐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
초반을 보자. 전영하의 한적한 펜션에 젊고 어린 모자 손님이 당도한다. 처음엔 몰랐다. 그래서 친절을 베풀었다. 세련된 용모의 유성아(고민시)는 범상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더욱이, 옆 펜션의 에어콘 고장이 빚어진 우연한 숙박이었고, 더더욱 유성아는 암으로 죽은 아내와 얼핏 닮아있기도 했다. 펜션은 대개 완벽한 타인들을 손님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전영하는 이래저래 유성아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었다.
20여 년 전 레이크뷰 모텔 주인인 구상준(윤계상)도 다를 바 없었다. 비가 오던 날 모텔 주변을 차로 서성대던 남자를 부러 바깥으로 나가서는 숙박을 권했다. 손님이 된 남자의 정체를 알 리 없었다. 숙박료까지 깎아주며 제일 좋은 방을 내줬다. IMF를 극복하고자 경매로 나온 모텔을 매입했을 때 상준 부부가 성공의 행복을 꿈꿨던 바로 그 방이었다.
그렇게 전영하도, 구상준도 펜션과 모텔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개구리가 되기를 자처했다. 완벽한 타인들은 감춰진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개구리들이 일상을 가꿔가는 공간에 침범해 이기적이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랬을 때 그 파장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 또 그 파장은 이 보통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과거의 구상준은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범죄의 사이드 이펙트(부작용)에 가까웠다. 모텔이 이름과 위치가 언론 보도에 의해 노출되면서 상준 가족의 일상은 지옥도로 변한다. 전영하는 좀 더 직접적이다. 유성아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 흔적을 스스로 치우고 지워냈다. 의심과 심증뿐이라는 핑계로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불안을 잠재운 채 1년을 흘려보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우리 가족이 뭘 잘못해서"라며 울부짖던 구상준과 달리 전영하는 침묵만 지켜야 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초중반 시간대가 다른 전영하와 구상준을 둘러싼 두 개의 플롯을 진행시킨다. 전영하의 내적 갈등과 유성아와의 심리 게임을 펼쳐내는 사이사이 구상준과 아내 서은경(류현경), 아들 구기호(박찬열, 아역 최정후)의 일상이 얼마나 어디까지 무너지는지 공을 들여 묘사한다.
이들은 직접적인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 모텔 자체가 대중에게 공격당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기에 그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 부수적인 강력범죄 피해자였다. 납득되고 필요하며 인물들이 처한 심정을 공감시키려 정성을 들인 묘사였다. 무엇보다 영어 제목이 가리키는 힌트를 포함해 정리한 드라마의 한 줄 태그나 주제에 딱 들어맞는, 없어서는 안 될 설정이었다. 바로 이런 주제 말이다.
'살인마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삶을 망쳐버린 개구리, 즉 보통사람들의 연대와 극복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