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지난 5월 훈련소에서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얼차려) 받던 훈련병이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훈련소 입소 13일 만이었다. 이 훈련병이 군기훈련 받은 이유는 잠자리에서 떠들어서였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 PD수첩 >에서는 '비극의 얼차려 - 입소 13일 차 박 훈련병의 죽음' 편이 전파를 탔다. 군기훈련으로 사망한 박태인 훈련병 어머니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동료 훈련병 가족 증언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짚었다. 또 모의실험 통해 군기훈련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꼬집었다. 지난 2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본수 PD와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분향소 찾아갔다가 취재 결심"
- < PD수첩 >에서 첫 연출인데,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말씀해 주신 대로 < PD수첩 >으로 연출한 건 처음인데 이 프로그램은 선배들이 오랫동안 해왔잖아요. 그래서 저도 8주 동안 내내 긴장한 채로 준비했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나요. 방송이 나가고 후속 기사도 많이 났더라고요. 이 사건은 끝난 게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한 내용들을 계속 살펴보고 있습니다."
- 훈련소에서 얼차려 받다 사망한 고 박태인 훈련병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어요?
"처음에 뉴스로 사건을 접했는데, 부모님이 용산구에서 분향소를 차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 듣고 얼굴 뵙고 싶기도 했고 추모하고 싶어서 헌화하러 갔죠.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 갖고 있더라고요. 또 유족의 편지를 보니까 이건 단순 사건이 아니라 좀 더 심층 취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PD님이 군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남 일 같지 않았을 거 같아요.
"맞습니다. 제가 PD 중에 그렇게 나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훈련소 얘기를 제가 많이 기억하지 않나 싶어요. 이 사건만큼은 훈련소라는 공간을 경험한 가까운 세대로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훈련병의 어머니 인터뷰 섭외는 어떻게 했어요?
"방송 초반에 인터뷰가 나왔지만 사실 가장 늦게 만난 인터뷰이가 어머니예요. 군 인권센터 분들이 어머니와 지속적으로 연락했는데요, 저희가 군인권센터 측에 취재 취지를 설명하면서 유족분들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유족분들과 연락이 처음에 닿게 된 게 방송 나가기 2~3주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유족분들도 마음을 열어 주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 어머니가 마흔에 박 훈련병을 낳았다던데, 애틋했을 것 같아요.
"그런 애틋함 같은 게 느껴졌던 부분이 많았는데 보통 아들이라고 부르잖아요. 박 훈련병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우리 애기'라고 불러요. 나이 마흔에 낳은 어린 늦둥이 아들을 군대 보내는 게 마음이 얼마나 쓰였겠어요. 그런 이유까지 더해져서 이 죽음이 더 황망하고 마음 아프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