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윤 기자
이영광
-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때요?
"사실 제가 스포츠국에서 특집을 많이 만들어봤거든요. 그런데 <시사기획 창>에서 특집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 3개월 전쯤 올림픽이 열리는 주에 맞춰 <창>에 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시작했는데 나름 재밌는 기억이 있습니다. 이게 짧은 뉴스만이 아니라 한 50분짜리 프로그램을 하는 것일뿐더러 제가 마지막으로 특집 했던 게 2010년이었거든요. 그때와 지금 환경이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 처음에 뭐부터 준비하셨어요?
"중점을 둔 부분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었어요. 이번에 나간 인터뷰 중에 우상혁 선수에 대한 일본 취재 그리고 수영 스페인 전지훈련 같은 경우는 오로지 <시사기획 창>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화면이에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 인터뷰 같은 경우도 물론 중간중간 기자회견 한 그림도 몇 개가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저와 1대 1로 했던 독점 인터뷰이기 때문에 일단 스케줄 잡는 것에 최우선을 뒀습니다."
- 인터뷰 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많이 어려웠죠. 사실 어려운 게 해외취재와 진천선수촌 설득 등이었어요. 우상혁 선수가 일본에 있어서 일본 취재를 했는데 제약이 많이 있었어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 제가 일본 육상연맹과 접촉해 그동안 일본 관련 취재를 많이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쪽 루트를 뚫을 수 있었고요. 스페인 전지훈련 같은 경우도 미리 계획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장 준비를 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진천선수촌에서 펜싱이나 배드민턴, 양궁 같은 경우도 원래 독점 취재가 안 되는데 꾸준히 관계자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부탁하기도 했죠. 우리 인터뷰 중에 한 90% 정도 독점 인터뷰였습니다."
- 프롤로그에서 결단식 분위기나 선수들의 준비하는 모습이 달라진 걸 보여줬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과거 올림픽과 현재 올림픽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이기자 대한건아'라는 노래 들으면 되게 좋아요. 1980년대에는 금메달 따면 그 노래가 하루에 한 100번 이상 TV에서 울려 퍼질 정도로 과거 올림픽을 상징하는 노래였어요.
지금은 K-POP 그룹 노래를 선수들이 즐겁게 따라 부르는 거죠. 이게 결국 프롤로그 뒤에 나오는 유인탁, 황선우와도 이어지는 부분이고요. 그러니까 유인탁 선수의 놀라운 투혼은 어떻게 보면 과거 '이기자 대한건아' 노래와도 같은 느낌이고, 황선우 선수의 모습은 약간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봐요."
- 왜 바뀌었을까요?
"첫 번째는 시대적인 변화예요. 예전에는 국가주의였죠. 오후 5시에 길 가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멈춰서 국가에 대한 경례를 했던 시절이 있었고요. 그리고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홍보 또는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했죠. 최근에는 그렇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죠."
- 수영 대표팀 전지훈련에 동행하셨던데, 어땠어요?
"진짜 분위기 너무 좋았습니다. 이 친구들이 MZ세대라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예고편 음악으로 쓰긴 했지만 데이식스의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가자'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팀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계형 800m가 세계랭킹 3위거든요. 옛날에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왜냐하면 어떤 천재 한 명이 등장할 수 있지만 계형 같은 경우 4명이 다 잘해야 할 수 있는 건데, 미국, 호주 다음에 우리나라입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에 목표가 동메달이거든요. 동메달을 딴다면 대한민국이 땄던 역대 올림픽 메달 중 손꼽을 정도로 의미 있는 메달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에 1번 양궁에 관심 갖는 나라, 한국밖에 없어"
-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높이뛰기에서 4위를 한 우상혁 선수가 인기를 얻었잖아요. 예전에 우리나라는 무조건 금메달만 잘한 거고 나머지는 질타를 받았는데 말이죠.
"과거엔 금메달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까 은메달을 2위가 아니라 실패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던 거죠. 실제로 한 7~8년 전에 외국에서 나왔던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 게, 2위보다 3위에 만족감이 더 높대요. 결승에서 져서 따는 게 은메달이죠. 근데 동메달은 3, 4위전에서 이겨서 따는 게 많죠. 물론 결승 진출에 실패했을 때는 좌절했지만 3, 4위전을 통해 동메달을 따면 기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은메달보다 동메달 딴 선수의 만족감이 더 높다는 거예요.
그런데 4위 같은 경우는 또 이야기는 다르죠. 4위 같은 경우 일단 메달이 아니에요. 올림픽에서는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는 것이 모든 선수의 꿈이기 때문에 4위는 메달을 놓쳤다는 것인데, 자신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이 이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마음이 우상혁 선수가 지난번에 있었던 것 같고요. 다이빙 4위를 했던 우하람 선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이 부분은 요즘 세대들의 특성이라고 봅니다."
- 문화가 바뀐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요즘 MZ세대들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에 만족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고요.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 지난 도쿄 올림픽 보면 다 그런 건 아니었잖아요. 야구 같은 경우 같은 4위였지만 엄청 욕 먹었잖아요.
"좀 전에 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걸 국민들이 알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줬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4위였지만 야구 선수들은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죠. 국내에서 고액 연봉을 받죠.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보다 프로에서 하는 걸 더 우선으로 쳐주는 듯한 느낌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분이 비판한 거죠. 국민들이 보기에 도쿄올림픽 야구는 절실하지 않았어요. 절실한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똑같은 성적이지만 비판 받았고요.
또 한 가지는 야구는 당시에 6개 나라가 출전했거든요. 6개 나라에서 4등은 못한 거죠. 육상처럼 한 수십 명이 출전한 데서 4등인 것과 6개 나라가 출전하는 (야구는 다르죠.)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최소국이 출전한 종목이 야구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 비판을 받은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가 양궁 강국이잖아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옛날부터 우리나라 민족이 활을 잘 쏘기도 했고,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에서 가장 시스템적으로 잘 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양궁을 못 하려야 못할 수가 없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양궁을 전업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거든요.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 그런 환경이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됩니다."
- 양궁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나 주목받지, 평소엔 주목을 못 받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냉정히 따져 보면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라도 워낙 잘하니 주목 받잖아요. 그런데 사실 유럽 국가는 올림픽에서도 주목을 못 받아요. 양궁은 세계적으로도 정말 비인기 종목이거든요. 양궁이 그래도 2년에 한 번씩이라도 국민들이 박수 보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죠."
- 양궁 선수들은 부담도 클 것 같거든요.
"부담은 엄청 큽니다. 왜냐하면 금메달 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특히 여자 단체전은 9회 연속 금메달을 땄어요. 9와 10은 의미가 다르잖아요. 이게 올림픽의 3대 전설이에요. 제가 특집에서 썼던 것처럼 미국 수영 혼계영, 중국 여자 탁구와 함께 한국 여자 양궁이 3대 전설 반열에 이미 올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담감이 너무 큰 게 조금의 변수예요."
"과거 선수와 MZ 선수 차이, 우리 사회 축소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