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타인의 삶' 방송 화면 갈무리
MBC유튜브
'타인의 삶'은 그걸 <무한도전>식 예능으로 돌파해 냈다. 박명수가 의사들과 환자 앞에서 짖궂게 까불어도, 정준하가 야구선수들 앞에서 구박을 받아도, 이 둘과 자리를 맞바꾼 의사와 야구선수가 박명수와 정준하의 캐릭터를 연기해도, 전부 예능의 웃음 요소일 뿐이었다.
이걸 정극이자 장편으로 발전시킨 <가브리엘>은 방송시간도, 스튜디오 토크도, 무엇보다 설정 자체도 너른 공감을 이끌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여행 프로그램인지 헷갈린다는 칭찬이 마냥 칭찬이 아닌 셈이다.
'김태호 예능'은 왜 계속 부유하는가
자꾸 여행을 간다. <먹보와 털보>의 노홍철과 비도, <서울 체크인>·<캐나다 체크인>의 이효리도 집 나와서 고생을 했고,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리즈는 아예 여행 크리에이터들을 모았다. <놀면 뭐하니?>에서 나온 이효리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댄스가수 유랑단>이 예외적일 정도였다.
여행 포맷엔 볼거리, 서사, 일반인들의 출연, 감동 또는 주제 의식 등이 담기기 마련이다. 이 모두를 <무한도전>은 매번 다른 특집으로 뒤섞고 변주해왔다. <가브리엘>은 분명 이들의 총합과도 같은 블록버스터였다. 안타까운 건 <댄스가수 유랑단> 이후 추락하는 시청률일 뿐.
'김태호 예능'의 시청률은 왜 계속 부유하는가. 제작자로서의 부담감이나 다변화된 플랫폼은 차치하자. 이미 비교당할 운명일 수밖에 없는 '나영석 사단'이 존재하지 않는가.
물론 김태호 PD도 플랫폼 실험을 계속해 왔다. <놀면 뭐하니?> 시절부터 라이브방송 등으로 유튜브와의 친밀도를 높여왔고, 넷플릭스와도 작업했다.
문제는 감성이다. 몰아보기와 숏폼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세대와 김태호 PD와의 접점 말이다. '본방사수'를 지켜줬던 그때 그 시청자들은 예능 한 편의 '서사'를 탐닉하고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준비가 된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당탕탕 우여곡절 게임의 끝에 반전을 숨겨 놓거나, 의도하지 못했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극적인 예능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시대다. 유튜브 몰아보기 영상을 수십만, 수백만이 보는 시대다.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도 힌트가 제시됐듯,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이를 부추기는 플랫폼의 시대에 김태호식 예능은 너무 점잖고, 호흡이 길다. 요즘 인기 있는 진행자인 데프콘이나 깨알 같이 오디오를 채워주는 다비치 강민경·이해리의 스튜디오 토크를 도입해도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나영석과 김태호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