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과거에는 쓰레기라며 손가락질했던 언론이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직의 신성으로서 토마와 기마누엘을 재주목하자, 갑자기 쏟아진 매체의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그들은 로봇의 하드웨어를 장착했다. '1999년 9월 9일 9시 9분에 샘플러가 터진 이후로 로봇이 됐다'라는 나름의 설정과 함께 유니크한 디자인의 가진 헬멧과 복장을 착용한 것이다.
이는 그저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알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는 새천년의 도래와 함께 전자음악이 떠오르는 새로운 시대에서 그들을 더욱 아이코닉한 존재로 만들었다.
2001년 3월 13일, 모든 전자음악 팬이 기다렸던 2집 < Discovery >가 발매됐다. 제목부터 발견이다. 다프트 펑크는 지난 1980년대 하우스의 발굴 현장에서 더 깊숙하게 파고 내려가 1970년대 디스코에 도달했다. 수많은 원석을 채굴해 섬세하게 제련한 그들은 마침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을 창조하는 연금술에 성공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깔끔한 비트와 반복적인 구성에 다채롭고 화려한 디스코를 섞으니 새로운 댄스 플로어가 펼쳐졌다.
첫 번째 트랙이자 다프트 펑크의 히트곡 'One More Time'은 혁신의 시작을 맞이하는 환희의 축제처럼 다가온다. 중독성 강한 비트와 멜로디의 반복은 가사에서 말하듯 춤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그야말로 < 토요일 밤의 열기 >의 디스코 파티와 레이브 파티가 충돌한 지점에서 서로의 조화로운 만남을 기뻐하는 자유의 현장이다. 강하게 내리치던 비트가 잠깐 멎고 보코더의 잔향과 오토튠 보컬만이 울려 퍼지는 중반부는 아련한 감정을 끌어 올리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다음 트랙 'Aerodynamic'을 듣는 순간, 'One More Time'에서의 기쁨은 충분한 근거에 의한 자신감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잠깐의 고요한 종소리 후 휘몰아치는 펑크(Funk) 사운드와 거칠고 현란한 기타 솔로, 그리고 몽환적인 마무리까지. 자칫 모든 것이 이질적일지도 모를 요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완벽한 곡을 이룬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모든 곡이 과거와 현재를 경계없이 오가며 미래로 나아가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Face to Face'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팝이 있는가 하면, 묵직하고 빠른 비트와 속도감 있는 신시사이저가 특징인 'Superheroes'는 광기 어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앰비언트풍의 'Nightvison'은 공허한 밤의 어느 바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Short Circuit'에서는 펑크로부터 더 나아간 브레이크비트를 들을 수 있다.
수록곡 중 가장 유명한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그 인지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펑크 뮤지션 에드윈 버드송(Edwin Birdsong)의 'Cola Bottle Baby'를 샘플링한 해당 곡은 짧은 문장들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동안 점점 화려해지는 구성을 취한다.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디스코 펑크 리듬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변칙적인 후반부 하이라이트까지 잡아낸다. 어쩌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좋게 만들고, 더 빠르게 행하고, 우리는 더 강해진다'는 단순한 가사는 음악을 대하는 본인들의 열정적인 탐구 자세를 표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AI에는 없고 다프트 펑크에는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