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의 특사인 앤젤리나 졸리가 3일 서울시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서울사무소에서 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을 만나 세계 난민현황과 올해 5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처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1.4
유엔난민기구
"(제가)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결국) 세월호와 연관돼 있지 않나 싶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제 또래 세대들은 어린 친구들에 대한 감정적 부채가 클 것이다." (2018년 7월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정우성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우성)
책임감, 그리고 세월호. 2018년 '올해의 인물'로 꼽힌 한 시사주간지 표지를 장식한 정우성의 한 마디는 "자선이 아니라 책임감"이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도, 부지런했던 사회 참여 모두 자수성가한 이가 보여줄 만한 자선 활동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어른으로서 가지는 책임감과 부채감, 미안함이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소신의 피력이 한 두번도 아니었다. 다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허리 세대인 40대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고,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며 "세월호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정우성은 같은 해 4월 개봉한 세월호 참사 소재 다큐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그런 정우성이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지난 22일 언론 보도를 통해 그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직을 내려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지난 2015년 6월 17일 정우성을 대사직에 임명했으니 9년 만이다. 그에 앞서 정우성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부터 첫 번째 미션지인 네팔을 시작으로 부탄, 소말리아, 파키스탄 지역 난민을 만났고, 이듬해 아프리카 남수단을 다녀오기도 했다. 2014년이란 시기가, 또 올해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란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실제 그랬던 것 같다. 친선대사직을 사임하며 한 시사주간지와 인터뷰를 가진 정우성은 대사직 수락 당시를 돌아보며 "세월호 참사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보면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동기가 계속 밀려오고 있었습니다"며 "이런 제안이 왔을 때, '준비가 돼 있나' 스스로 물으면서 도망갈 이유를 찾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무엇이 됐든지 시작하면 오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습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그런 그의 10년 간의 특별한 활동은 책임감을 지닌 '좋은 어른' 되기의 다름 아니었던 듯 싶다. 그가 내는 목소리나 발언 하나 하나에 신중함이 묻어났다. 정치와 사회를 아우르는 균형감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자선이나 선행이 아닌 공감과 보편으로서의 행동이 수반됐다. 자신이나 기구에 가해진 정치적 공격의 정체나 영향 역시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정우성은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6년 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해 "난민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가까이 들여다볼 용기의 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이렇게 부연했다. 세월호 참사부터 저 멀리 제주4.3까지 언급하는 적확하고 유연한 설명이었다.
"한국 사회를 보면 제주 4.3사건, 세월호 등 여러 사회적 참사에 대해 그 원인과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한 적이 사실상 없잖아요. 우리 시민들이 타인의 고통에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인데요.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때, 그 과정에서 더 큰 아픔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또, 난민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어른 정우성의 책임감, 그리고 배우로서의 열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