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은 어릴 적부터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돌보는 데 더 익숙하다.
넷플리스
사랑하기 때문에 : 리나와 자살 유가족들
다은과 워킹맘들이 타인의 행복을 위해 애쓰다 아파하게 됐다면, 1회 등장했던 리나(정운선)와 7회 등장한 자살 유가족들의 사연은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1회 주인공이었던 리나는 양극성 장애를 앓는다. 엄마(차미경)의 극진한 보실핌을 받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리나와 엄마는 종종 서로에 대해 다른 진술들을 하는데 이를 통해 의료진들은 깨닫는다.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리나를 숨막히게 했음을 말이다. 그런데 이 엄마의 사랑의 기준은 바로 사회적 시선이었다. 공부 잘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딸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온 엄마의 사랑이 리나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결국 리나는 이 답답함을 양극성 장애로 호소한다.
7회 등장한 자살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자신의 삶마저 잃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극심한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기가 돌연사한 후 아내마저 자살한 한 남성은 괴로움 속에 신체적 망상을 경험하고,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자체를 기억에서 밀어내 버리는 '해리' 증상을 겪기도 한다. 7회 집단치료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 '만일 내가~했더라면'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한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사랑했기 때문에' 겪는 고통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랑 때문에' 아프다. 누군가의 극진한 사랑에 숨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향한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심리적 고통은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법이다.
사회의 구조와 시선 때문에 : 서완과 성식 그리고 유찬과 다은
자살로 삶을 마감한 망상장애 환자 서완(노재원), 그리고 직장에서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성식(조달환)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능력주의와 위계적인 갑질 문화가 개인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 인물들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대학을 졸업한 서완은 자신의 '알바 스펙'으로는 일반 기업 입사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7번이나 시험에 떨어지게 되고, 절망감에 사로잡힌 그는 현실에서 벗어나 게임에 빠져들고 망상 속에서 행복해한다. 치료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긴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은 그를 더 절망스럽게 할 뿐이다. 결국 서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한편, 성식은 직장에서 상사의 갑질에 고통을 받는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어버린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
이 둘의 사연은 오직 노력과 스펙으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능력주의'와 우리 사회에 깊게 박힌 위계질서들을 돌아보게 했다. 다른 환자들은 대부분 회복해 정신병동을 떠나지만, 서완과 성식은 그러지 못한다. 아마도 이는 이런 사회구조의 문제가 그만큼 심각함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희망도 보여준다. 역시 상명하복의 직장생활을 하다 공황장애를 앓게 된 유찬은 약을 먹고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돌보면서 용기를 낸다. 부당하게 주어진 업무와 선을 긋고 정시 퇴근을 하며 "제가 지금 퇴근해서 저를 돌봐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말한다(12회). 다행히 유찬의 새 직장 동료들은 이를 수용하고, 정시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정신병동에서 퇴원 후 복귀한 다은 역시 '아픈 사람이 어떻게 간호를 하냐'는 주변의 편견에 당당히 맞선다. 다은은 "네 잘못 아니야. 쫄지마"라고 말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헤쳐 나간다. 함께 맞서는 동료들의 연대는 병원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