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군 의문사에 대한 걸 취재하셨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됐나요?
" 제보자의 제보로 시작한 거죠. 제보자분께서 예전 의문사위에서 일하셨는데 그 당시 가지고 계셨던 군 사망사고 기록을 저희한테 주셨어요. 저희가 봐도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그걸 가지고 취재하게 됐고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나요?
"제보 온 사건 중 임재홍(가명) 일병 사건부터 시작했어요. 총 5개의 사건이 있었거든요. 모두 자살로 처리된. M16으로 턱과 복부를 쏘고 사망한 건, 대퇴부와 턱을 쏘고 사망한 건, 이마와 관자놀이를 쏘고 사망한 건. 권총으로 심장과 머리를 쏘고 죽은 건이에요."
- 그러면 제보 받았을 때 어땠나요?
"저는 총에 대한 관련 지식이 없으니까, 심장을 쏘고 머리를 다시 쏠 수가 있나라는 정도의 가벼운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M16 사건 경우에도 총상 위치만 보고도 다들 이상하다고 하고, 권총도 일병이 안 다룬다고 하길래 이거 자살 아니겠다고 생각했죠. 취재 중 법의학자분들이나 전문가분들이 봤을 때 그게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고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놀라기도 했고요."
- 임 일병 사망에 쓰인 총이 육사 교장 거라고 나오던데 육사 교장과는 무관한가요?
"일반적으로 권총은 사병이 접근하기 어려운 총이라고 해서, 저희도 취재 처음 시작할 때 의심했는데 교장의 전속 부관 등의 인터뷰 통해서 들어보니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에 출장 중이셨고, 전속 부관의 기억에 교장이 돌아가서 보고받으셨을 때 굉장히 화를 내셨다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자기 차를 끌고 자기 총이 사용된 사건이니까 자기를 죽이려고 한 건가라고 생각하셔서 더 수사하라 했는데, 자신을 노린 게 아니니까 빠르게 마무리됐다고 얘기해 주셔서 교장과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임 일병이 권총을 훔친 걸까요?
"일단 기록상으로는 훔친 거예요. 왜냐면 그건 본인의 총이 아니잖아요. 그분이 당번병이었잖아요. 그분이 당번병이어서 총에 접근이 가능하셨대요. 그리고 몰고 나간 차도 당번병이다 보니까 교장이 심부름 시키잖아요. 그래서 그 차도 일단 접근이 가능했다는 거예요. 휴가 때마다 차를 쓰셨대요. 그래서 사실 총과 차에는 접근이 가능한 분이셨던 거죠. 그래서 총과 차만으로 의심하기보다 발견이 됐을 때 시신은 차에 있는데, 거기서 7.8m 떨어진 냇가에 혈흔 묻은 옷들이 있었다는 게 가장 의심스럽죠."
- 방송에 보니 냇가에서 옷을 벗은 후 이마에 총 쏘고 올라와 심장에 총을 쐈다고 나오던데 심장은 어디에서 쏜 건가요?
"기록상으론 차 안이요. 머리에 총을 쏘고, 차 밖으로 나가서, 냇가에서 옷을 벗고, 다시 차로 돌아와서 심장을 쏘고 죽었다고 나와 있어요. 근데 머리에 총을 맞은 채로 헤매고, 옷도 벗고, 다시 돌아와서 심장까지 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일단은 맨 처음에 현장을 1번으로 보잖아요. 현장에서는 차 안에 총과 탄두 2개가 있었고 시신이 옷 벗은 채 차 안에 있었어요. 근데 혈흔이 묻은 옷이 차 안에 없고 냇가에 떨어져 있었어요. 머리와 심장을 쏴서 죽었는데 어디가 먼저 쏜 건지 법의학적으로 밝혀보니까 머리부터 쐈대요. 그래서 순서상으로는 일단 명백한 증거로는 차 안에 시체가 있고 탄두 2개, 그리고 총기가 거기 놓여 있었고 차 안에 신발-단화가 있었다고 나와 있고요.
그리고 총을 쏜 순서는 머리를 먼저 쏘고 그다음에 심장을 쐈다는 거죠. 근데 피가 지금 냇가에 있잖아요. 그러나 이분들은 자살로 마무리를 지어야 되잖아요. 제 생각에 그걸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차에서 총을 쏘고 냇가에 가서 어쩌고저쩌고하다가 다시 차에 돌아와서 심장을 쐈다고 증거에 맞게 짜맞춘 것 같아요."
- 기록엔 차에서 머리에 총 쏘고 냇가 가서 옷 벗고 올라와 심장 쐈다는 거예요?
"맞아요. 수사 기록에는 차를 정차하고, 신발 벗고, 차에서 머리 쏘고 양말만 신은 채 내려가서 냇가에서 헤매다가 다시 올라와서 총을 집어 들고 심장을 쐈다고 돼 있는 거죠."
- 차에서 총 쏘면 차에 혈흔이 있어야잖아요.
"차에 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록에 정확히 없어서 모르겠는데, 차에서 발견됐을 때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잖아요. 부검 기록을 보면 총알이 눈을 건드렸어요. 뇌 아래쪽으로 지나갔어요. 그럼, 코나 입에서 피가 울컥울컥 나와서 얼굴이 지저분했어야 된대요. 근데 그 목격자가 기억하기로는 얼굴이 깨끗했다고 해요. 총기라는 게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충격이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아직도 기억하시더라고요. 양말만 신고 있었고 상의는 안 입었었던 걸 기억하고 계시고. 얼굴은 되게 깨끗했던 기억이라고 하셨어요."
- 일단 머리에 총 맞은 건 맞는데 왜 깨끗할까요?
"저희의 추측으로는 냇가에서 일이 벌어졌고 사실은 냇가니까 피 같은 게 씻겨 나갔고 그러고 시체를 끌고 와서 차에 누인 것 같아요. 왜냐면 끈 흔적이 몸에 있으니까요. 그러면 얼굴이 깨끗했던 게 말이 되죠. 왜냐하면 피를 굉장히 많이 흘렸다고 되어 있거든요."
- 추측해 보자면 임 일병은 냇가에서 누군가로부터 가격 당하고 총 맞은 걸까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시신, 수사 기록 그리고 사건 현장과 현장을 발견했던 목격자의 얘기인데요. 사실은 생각했을 때 그걸 다 추측하면 일단 말이 안 돼요. 무엇도 저희가 시나리오를 세울 수가 없고. 냇가에서 뭔 일이 있었고, 시신을 끌어서 가져왔다는 정도의 시나리오겠죠. 사실 다 맞는 가설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중에 하나가 뭔가 잘못됐다거나 기록이 이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죠."
- 수사 기록에 의하면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날 임 일병은 육사 교장 총을 훔치고 서울 가서 친구 만나 내 몫까지 살라고 했다는데 친구는 그런 말 못 들었단 거죠. 그럼 내 몫까지 살라는 말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한 분이 해주신 말인데요. 군인이 죽었을 때 3종 세트가 있대요. 자해 사망이든 뭐든 간에 3종 세트로 애인 변심, 가정불화 그리고 염세 비관을 든다고. 근데 염세 비관적인 말해서 자살했다는 게 되게 이유로 쓰기 좋은 멘트잖아요. 이분의 경우에도 친구를 만난 건 사실이거든요. 그러니 그날 염세 비관적인 말하고 자살이 됐다고 마무리하려면 그 멘트가 필요한 거겠죠."
"가족에겐 너무 큰 상처, 군에 대한 신뢰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