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편집자말] |
1986년 '건널 수 없는 강'에서 발아된 씨앗은 그로부터 2년 후 <바라본다>(1988)로 하여금 완전한 탄생을 맞이하게 된다. 불세출의 명반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것은 한영애라는 입지적 인물을 대표하는 시대 불변의 초상화요, 한국 음악사에 새로운 유형의 여성 보컬을 아로새긴 사건이다.
1976년 이미 포크 그룹 해바라기의 초기 멤버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한영애지만, 위세에 힘입어 계속 음악계에 전념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리를 내는 것뿐 아니라 폭발적인 외침에 대한 열망을 늘 품고 있던 그는 잠시 품을 떠나 극단 생활의 길을 걷는다. 가수의 신분으로 다시 복귀해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년. 따스한 정경의 '여울목'과 쓸쓸한 색소폰이 여울지는 '도시의 밤' 등이 수록된 1집 <한영애>(1986)가 그 주역이었다.
글의 초두에서 말했듯 이 앨범을 2집의 실마리로 본 것은 '건널 수 없는 강'이라는 훌륭한 재목의 존재였다. 강한 의지는 어떻게든 결국 발현된다고 했던가. 울부짖는 이정선의 블루지한 기타 사이로 특유의 허스키한 창법을 마음껏 펼치며 그간 꿈꿔왔던 '외침'에 대한 열망을 해소했기 때문. 심지어 다년간 여러 분야를 거치며 더욱 성숙해진 가창에는, 어딘가 아련하면서도 희망을 머금은 동시다발적 삶의 터울마저 담겨 있었다. 한영애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중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