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사랑이 안된다고 하는데도 '자신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찔질방까지 찾아간다.
JTBC
구원과 사랑이 본격적인 연애 궤도에 들어간 것은 아마도 8회 무렵부터가 아닐까 싶다. 7회 아랍 왕자의 호텔방문 후,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 구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에게 다가간다. 사랑을 호텔에서 쉬도록 배려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을 은근슬쩍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이 꽤나 일방적이다. 8회 구원은 호텔 일로 고생한 사랑을 스위트룸에서 쉬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사랑이 침대에 누워 잠이라도 청할라치면 찾아와 노크하며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를 반복한다. 결국 사랑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동료에게 들킬 뻔한 불편한 상황을 겪는다. 찜질방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구원은 사랑이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있어 만나기 어렵다고 해도 "지금 봐야 한다"며 무작정 찜질방으로 찾아간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인 9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구원은 사랑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랑의 일터인 킹더랜드에 머물며 사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호텔 본부장인 구원의 이런 모습에 킹더랜드의 직원들은 매우 불편해한다. 사랑 역시 무척 당황해하며 "이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만, 구원은 "뭐 어때?"라고 답할 뿐이다.
내 마음에서 타인의 마음으로
아마도 드라마는 이런 구원의 모습을 애정을 느끼는 과정으로 묘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극 중 사랑이 당황하듯, 나 역시 이런 구원의 모습이 어딘지 불편하기만 했다. 이는 구원의 사랑이 사랑하는 대상을 향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더 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회 사랑에게 쉬라고 하면서도 사랑이 보고 싶을 때마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방문하는 모습은 진정으로 사랑을 쉬도록 하려는 마음보다는 '사랑과 함께 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한 태도다. 찜질방에서도 그렇다. 친구들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랑에게 다짜고짜 '지금' 만나야 한다며 무조건 찾아가는 것은 사랑과 친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보고 싶다고 사랑의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또한 사랑과 그 동료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처사였다. 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모습들이다.
구원의 이 같은 자기중심성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상처로 타인과 세상에 마음의 문을 걸어둔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를 잃고 슬퍼하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준 사람들을 보며 구원은 자신의 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후 그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못한 채 늘 굳은 표정으로 지내온다.
게다가 재벌 3세라는 신분은 이런 그의 굳은 마음에 그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의 주변엔 그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기보다는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들 뿐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구원이 타인의 욕구를 읽어내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할 때조차 자신의 욕구를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점차 넓어지는 마음, 사회적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