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을은 일터에서 평등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진상고객에게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대하는 프로다움을 지녔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늘 쩔쩔맨다.
JTBC
세 친구 중 유일하게 결혼을 한 다을은 면세점에서 일한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팀장이 되고서는 불합리한 전통들을 바꿔 간다.
막내가 간식을 사 오던 전통을 없애고, 부당한 지시를 받는 일이 없도록 동료들을 배려한다. 이런 다을의 평등을 지향하는 리더십은 매장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또한 다을은 진상고객에게 웃으면서도 끝까지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5회).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매운 것'을 멋으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며 또다시 일에 집중한다. 일터에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다을도 가정에선 '비굴모드'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다을은 퇴근 후엔 종종거리며 아이를 돌보고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집에서 TV만 보고 있는 시어머니의 '빨리 밥차려라'는 말에도 순종하고 자신이 미리 준비해 둔 음식들을 낮 동안 와서 먹어버린 시가 식구들도 그저 순순히 받아들인다. 4회 어린 딸이 이런 시가 식구들을 "밥도둑"이라고 지칭할 때에도 "엄마 음식 솜씨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해"라며 상황을 좋게 해석할 뿐이다. 이 장면은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감정노동은 가정에서 더 가혹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반면, 다을의 남편은 그녀가 '도와달라' 요청할 때마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능숙한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주변을 살피고 보살피는 여성의 모습과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려 드는 남편의 모습은 꽤나 대비되어 보였다.
이중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오평화
항공사 승무원인 평화는 일터에서 이중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성적인 폭력에도 노출되어 있다. 평화는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에 웃으며 응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부하직원의 몸무게까지 통제하려 들면서 정작 업무에 있어서는 책임지지 않는 '진상' 상사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동시에 기장의 성희롱에도 대처해야 한다(4회). 기내 면세품 판매실적까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못하고 달성해야 하는 평화의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는 감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그녀와 같은 업무를 맡고 있고 평화보다 직급이 낮은 남성 승무원 로운(김재원 분)은 다르다. 승객들은 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지도 않고, 진상 상사도 로운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3회 몸무게를 재며 체중 관리가 회사 사랑이라는 말도 안되는 잔소리를 들을 때도 로운만은 예외가 된다. 그리고 오직 그만이 "왜 사무장님은 안 재시나요?"라고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이는 같은 감정노동을 하더라도 여성과 남성의 경험이 다름을 매우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장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