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 1집 앨범 이미지
엔터원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1999년 미국으로부터의 전언이다. 이 한마디는 힙합을 모르던, 무시하던, 그리고 랩 좀 섞었다고 힙합이라 떠들어 대던 이들 모두에게 보내는 초대이자 경고였다. 싹이 튼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던 한국 힙합 신(scene)에 자아 성찰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 Year Of The Tiger >는 그렇게 꾸중 섞인 의문을 제기하며 20세기 마지막 열차에 연료를 주입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 교포 타이거JK와 DJ 샤인으로 구성된 듀오다. 덕분에 이들은 선진 대중문화를 실시간으로 보고 배웠으며, 래퍼 타이거JK는 1990년대 초부터 이미 현지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 토종 래퍼였다(2005년 5집 이후 DJ 샤인은 탈퇴했으며, 팀은 1인 체제를 유지하던 중 2018년 10집 발매와 함께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드렁큰 타이거를, 그리고 < Year Of The Tiger >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5년에 먼저 나왔던 타이거JK의 데뷔작 < Enter The Tiger >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타이거JK가 미키 아이즈, 수크람이라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솔로 앨범으로 드렁큰 타이거의 1집은 사실상 이를 재구성해 만든 계승 작품이다. 같은 곡을 그대로 쓰거나, 특별 믹스 버전을 넣는 등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리패키지 앨범에 가깝다.
한국의 현실
< Enter The Dragon >으로 한국에 진정한 힙합을 보여주고 싶었던 한 마리의 호랑이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힙합 쇼크를 선사했지만, 그 후 3년이 흘렀음에도 한국의 문화 의식은 빠르게 바뀌는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었다. 힙합을 단순하게 랩이 들어간 음악 정도로 치부하거나, 흑인들의 저급한 문화로밖에 보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듀스, 현진영, 업타운, 김진표 등 여러 뮤지션이 힙합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랩 록, 뉴잭스윙 등으로 힙합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 줬다. 타이거JK는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DJ 샤인과 의기투합해 < Year Of The Tiger >라는 제목처럼 호랑이의 해(음력 기준)에 다시 돌아왔다. 당시 한국 힙합에 등장했던 젊은이의 패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힙합이 탄생한 나라에서 힙합을 하던 뮤지션이었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드렁큰 타이거는 진짜 힙합을 했다. 30살을 넘긴 국내 힙합 대표작으로도 손색이 없다.
앨범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