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가든 < nOiZeGaRdEn > 1집 앨범 이미지
이벤트 팩토리
PC통신의 부흥은 곧 인디 신의 태동을 의미했다. 1세대 인디밴드의 대표주자인 언니네이발관과 델리 스파이스가 하이텔 메탈동호회 게시판 내 '모소모(모던 락 감상소모임)'를 산실 삼아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잘 알려진 유명 설화다. 자우림은 나우누리의 록 동호회 '우드스탁'에서 빚어진 인연이 결성 시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전으로 넘어가면 그 시작점에 노이즈가든이 존재한다. 너바나의 등장이 전 세계 청년들에게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사건이었다면, 이들의 등장은 한국 밴드 음악의 춘추전국시대를 알린 그야말로 기폭제와 같았다.
"우리의 음악은 사운드가든(Soundgarden)에 비하면 소음(Noize)에 불과할 뿐이다."
모소모의 설립 멤버이자 독설가, 음악광으로 유명했던 윤병주를 주축으로 박건과 이상문, 박경원 이렇게 세 명의 회원이 모여들었다. 이들에게는 모두 그런지 밴드 사운드가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음의 정원'이라는 명명의 유래는 겸손을 담은 존경의 수식이지만, 그룹의 색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여러 악기를 중첩하며 천천히 페달을 돌리는 예열 격의 인트로에서 쉽게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 흘러나오는 소리는 마치 앞으로 나올 정체에 대한 배려 섞인 경고문처럼 느껴지고, '나는'이라는 문장의 시작은 뒤이어 등장할 두 개의 트랙에 대한 수사처럼 다가온다.
블랙 사바스의 'Iron man'이 연상될 만큼 강력한 노이즈를 견인하는 '기다려'가 운을 떼고, 기타 음향이 화려하게 진동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가 밴드의 거대한 형상을 눈앞에 턱 내려놓는다. 한없이 어둡고 묵직하며 느릿하게 흘러가는 이상문의 베이스와 박경원의 드럼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여기에 고해하듯 기교 없이 정렬된 문장들을 하나하나 씹어 삼키고 소화하는 박건의 보컬이 놓이는 식이다. 그것이 노이즈가든의 음악이다. 중력이 짓누르고 하늘은 불길하며 거리를 따라 금속 파편이 장식되어 있지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
'헤비니스'에 대한 가장 한국적인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