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죽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가 뜨고 나면 지듯이, 무엇이든 태어나면 반드시 사멸한다. 그러나 필연이라 해서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죽음을 외면하려 발버둥질치는 이의 모습을 우리는 흔히 목격하게 된다. 흐르는 세월에 저항하고 다가오는 죽음에 맞서려는 이들의 분투가 대단하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처절하고 어리석게 여겨질 때가 많은 것은 왜일까.
살아 있는 생명이 다가오는 죽음을 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제게 가까운 이의 죽음은 쉽게 잊히지 않는 고통이 되고는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있지만 유독 아끼는 이들, 또 좋은 사람들의 죽음이 가슴에 박히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다. 때로 어떤 사람에겐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만 했다고 목을 놓아 소리치고 싶은 순간을 누군들 겪어보지 않았겠는가.
노년이 된다는 건 죽음에 더 익숙해지는 일이다.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혹은 가족이 세상을 떠나 어느 순간 만날 수 없게 되는 일을 수도 없이 견뎌나가야 하는 때문. 누구는 떠난 친구들의 사진을 오려서 눈에 띄지 않도록 한다. 또 누구는 저도 어서 그 곁으로 가려 한다며 그들 가까이 다가서기도 한다. 그중 무엇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더 나은 방식인지는 쉽게 가려낼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