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한 말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자유는 중요하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년 윤 대통령은 정부 비판 보도에 압수수색으로 대응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입틀막 시대? 위기의 한국 언론' 편을 방송했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보람 PD를 만났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한 현안이 너무 많더라고요. 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했어요."

- 차라리 몇 개 추려서 집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개별적으로 다루기엔 분량 고민도 있었고요. 어쨌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늘 미디어를 접하고는 있지만, 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게 왜 중요하냐면, 그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 만드느냐에 영향을 주는 거잖아요. 아이템 정하고 CBS 노조 지부장님을 가장 먼저 만났거든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과잉 심의 관련 1인 시위를 했대요. 근데 사람들이 정말 잘 모르더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심층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지금 우리 언론이 겪고 있는 상황, 어떤 방식으로 '입틀막' 당하고 있는지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지난 5월 10일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했거든요. 그러면서 관련된 수치들과 케이스들 보도가 쭉 나오는데,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런 얘기를 하던 차에 KBS <역사저널 그날> 사태가 터졌어요. 언론계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현안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보고 취재했습니다."

- 취재 하기 전에도 언론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업계 일이니까 유심히 보게 되죠. 세월호 10주기 아이템을 < PD수첩 >에서 제가 제작했는데요. 그 당시에 KBS에서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건이 있었고, 답답하고 화가 났어요. 그 지점에서 세월호가 왜 '정치적' 이슈가 됐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당시 방송을 제작했거든요. 지금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 그리고 그건 누가 지금 판단하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는 지금 언론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이번에 취재하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방심위는 저희도 심의를 늘 신경 쓰니 알았지만 선방위는 2008년부터 운영이 됐었는데 뭔지도 사실 자세히 몰랐어요. 이번에 정확히 알았죠. 그만큼 이제까지는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고, 대부분 사회적으로 이견이 없는 결과들을 냈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일 정도의 기관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선방위라는 단어가 너무 전면으로 나왔죠."

- 선거방송심의위의 무차별적인 방송사 징계 내용이 나오던데요. 
"맞아요. 그리고 징계 케이스들을 전수조사했는데 '이게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들이 있었어요. 김건희 '여사' 자를 뺐다든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발언들이라든지요."

-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라는 단어를 안 붙였다고 징계했는데요. 
"가장 의문이 드는 게 이게 '선거'랑 관련이 있어야 되잖아요. 김건희 '여사'를 붙이고, 안 붙이고가 선거에 무슨 영향을 주죠? 그 의문이 정말 들었어요. 저뿐만 아닐 거예요."

-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도 나와요.
"예전 심의위원들도 그런 얘기를 하세요. 물론 방심위나 선방위가 구조적으로 여권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구성적 한계가 있어요. 과거에도 약간의 편향 논란이 있었지만, 방송사들이 불복하거나 사람들이 회자할 만큼은 아니었단 말이에요. 상식적인 선이 있었는데 정도를 넘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어요."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 선방위원들 대부분 취재진 연락을 거절했던데.
"저희는 반론을 잘 들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 연락을 했는데 선방위원 맡으셨던 전현직 공언연 관계자분들도 거절하셨어요. 공언연에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싶은데 홈페이지상 공식 번호도 없고, 연락이 닿지 않아 온라인에 검색되는 사무실로 찾아갔다가 문 앞에서 우연히 관계자를 만나 질문지를 전달했죠."

- 김문환 선방위 위원과 인터뷰하셨는데요. 
"전화했더니 인터뷰를 해주신다고 해서 만났어요. 인터뷰 안 해주실 줄 알았거든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방송회관 앞에서 얘기하고 싶으시대요. 저희는 안 만나준다는 게 곤란하지 만나준다고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들으러 가요."

-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뉴스타파>를 압수수색 했는데.
"초유의 사태죠. 언론 보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과 관련된 조치를 받으면 돼요. 그런데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고 기자와 대표 자택을 뒤지는 것이 정당한 조치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죠. 얼마 전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께서 검찰 출두하시면서 얘기하신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언론사 대표 하나를 반부패부 검사 10명이 1년 동안 수사하는 게 맞냐, 이 자리에 설 사람은 누구냐'라고 하셨어요.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법적 대응은 비판적 보도를 준비하는 언론인 개개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어요. 정부 여당 관련 이슈를 취재할 때, '이 문서 들고 있으면 압수수색 당하는 거 아니야'라고 저희끼리도 농담처럼 얘기 하거든요."

- <역사저널 그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개편 첫 녹화를 3일 앞두고 제작진은 진행자 교체를 통보받았는데요. PD님은 방송제작 과정을 잘 아시아요.
"알죠. 대본도 몇 회분 나와 있고 구성에 필요한 VCR도 다 만들었고 세트 제작도 준비돼 있었고 그만큼 제작비도 지출했을 거고요. 저도 방송을 제작해 온 입장에서, 그 상황에서 3일 전에 MC 교체 지시를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MC를 바꾸라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방송사엔 편성 규약이라는 게 있어요.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내부 규약이 있단 말이에요. 거기보면 제작 자율성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진행자를 바꿀 수도 있는데 그전에 충분한 소통과 절차가 있어야 방송 제작자들이 창의적으로 자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우리가 지켜왔던 기본적인 룰을 무시하는 처사가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 엔딩에 자유언론 실천 선언을 넣으셨던데요.
"1974년 유신 체제하에서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는데, 올해가 마침 50주년이었어요. 언론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그렇게 언론 자유를 위해서 투쟁하셨던 원로 기자 선배분들에게 현재의 언론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어요. 이부영 이사장님이 70년대 언론 상황을 얘기해 주시면서, '물가 인상'이란 말은 정부에 책임을 묻는 거라 못 쓰고, '물가 현실화'라는 말을 썼다고 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대통령이 대파값 얘기를 했다는 보도를 심의하겠다는 세상이잖아요. 지금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또다시 언론인들이 제작을 내려놓고 피켓 들고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쳐야 하는 시대가 온 건가 생각했고요. KBS 조애진 PD가 '이전에는 프로그램 제작에만 하루를 온전히 썼지만, 지금은 불합리한 제작 지시를 막는데 온 힘을 쓴다'라고 말한 걸 방송에 넣진 못했는데, 가장 많이 공감한 말이었어요. 연출자는 방송을 만들고 싶고 기자는 취재를 하고 싶어 해요. 자기 이름 내고 만드는 제작물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고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김보람 PD수첩 방송장악 선거방송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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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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