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성격은 자신이 지내 온 어린 시절의 결과이며,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하나의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계속 재탕하며 평생을 보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고, 예술가는 더더욱 그렇다. 어떤 소재를 다루든, 결국 마지막에는 똑같은 집착을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한 것으로 끝난다. 이것은 꽤 화나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결코 끝나지 않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풀어야 할 저주인 셈이다. -로랑 티라르,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사다. 세계를 선도하던 미국 애니가 주춤한 1990년대, 지브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 애니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냈다. 1980년대에 나온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가 연달아 큰 성공을 거둔 걸 시작으로, 1990년대 들어 <붉은 돼지>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2000년대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로 정점을 찍었다.
단순히 작화에 그치지 않고 기획부터 각본을 쓰고 디자인과 연출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주는 독보적 역량을 갖췄다. 미야자키 하야오보다 거장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애니 작가가 따로 없을 정도다.
그의 뛰어남은 그저 작품의 완성도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초기작부터 꾸준히 이어진 작품세계, 그 안에 일관된 주제의식이 평화와 반전을 선명히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테레사 수녀, 달라이 라마 등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평화와 관련해 아시아 최고 권위를 갖는 막사이사이상 올해 수상자로 그가 선정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