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상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오로지 영원불변한 것이 없다는 말만이 변치 않는 진리로 통용된다. 시간의 흐름이란 너무도 격렬하여 십 년이면 뽕나무밭도 바다가 된다는 옛말이 더는 신기하게 들려오지 않는다. 도시가 일어나고 지역이 쇠락하는 데 불과 몇 년이면 충분할 정도가 아닌가.
변화는 형태의 바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 것은 남고 어떤 것은 사라진다. 급상승한 최저임금이 동네 골목상권의 아르바이트생을 줄이지만, 또 그 제도는 그사이 키오스크며 테이블오더 같은 새로운 기술의 침투를 불러온다. 바뀐 제도와 기술은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 같던 예술조차도 옛것 그대로는 남지 못한다.
한때 영화는 콧대 높던 예술의 위협적인 적자였다. 문학과 음악, 회화와 연극, 건축과 무용에 이르는 종래 예술의 갈래들이 지닌 특징을 홀로 포괄하며,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춘 덕이었다. 철학은 영화가 앞선 여섯 종목에 이어 일곱 번째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격렬히 논의한 끝에 영화에 '제7예술'이란 칭호를 안겼다. 일곱 번째로 공인된 예술, 새로 등장한 영화라는 것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누구도 온전히 짐작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