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존 활명수>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03.
"잠깐만요, 혹시 한국말 했어요?"
사실 이 작품은 영화적으로 그리 복잡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않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도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코미디 작품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아마존으로 향한 진봉은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모종의 과정을 통해 양궁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선수를 선발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는 문화적 차이에 의해 일어나는 또 다른 유머를 선보이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빵식(진선규 분)이라는 인물은 어눌한 한국어와 아마존 출신처럼 보이기 위한 외모로 웃음을 유발한다.
의도는 알 것 같다. 이 모든 시도가 원초적이고 단순하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어떤 지점은 원주민이라는 대상에 대한 편견에 기대 인물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만 장르적 표현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가 실화에 기대고 있는 내용이라면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계천에서 물고기 사냥을 한다던가,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는 신은 연출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도 않고, 원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한 세 인물은 그저 어디선가 본 듯한 세계 각국의 토착민들이 가진 행동을 모두 덧붙인 듯 보인다.
시대착오적이다. 최근에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다른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킬링 로맨스>(2023)가 있었고, <핸섬가이즈>(2024)나 <파일럿>(2024) 정도가 떠오른다. 이들 작품은 어땠나? 전통적인 코미디 연출에 기대고 있기는 하나 상황을 비틀거나(킬링 로맨스), 국내 시장에서 보기 드문 B급 호러 코미디를 정통으로 그려낸다거나(핸섬가이즈), 젠더적 활용에 대한 문제와 원작의 접근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한계는 남았으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도전적인 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파일럿). 과연 이 작품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가 있었나.
04.
물론 이 작품 <아마존 활명수>에서도 관객들이 생각해 볼만한 지점은 있다. 금광 개발 사업을 위해 토착민인 타가우리 부족의 영역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볼레도르 정부의 태도와 두 집단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하필 타가우리 부족의 터전에서 금광이 발견된다. 이 지점은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조금씩 다뤄지지만 타가우리 부족의 세 인물이 볼레도르를 대표하여 한국으로 떠나게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난개발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아마존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개발 러시로 '지구의 허파'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극 중 볼레도르 정부가 타가우리 부족의 터전을 침범하고 서로 적대하게 되는 이유 역시 금광 개발이다.
외부의 시선과 입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당사자의 관계와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렇다. 적대적인 두 집단의 관계를 바라보는 진봉의 처음 태도는 가볍기만 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두 집단의 화해를 쉽게 시도한다. 제대로 알지 못할 때 가질 수 있는 태도다. 부족의 세 청년이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목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까지는 뜻을 함께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부족의 명운을 걸고 있는 그들만큼의 책임 의식을 진봉과 빵식이 갖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부족의 현실은 진봉의 제안에 따라 더 큰 주목을 받지만, 이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