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라스베이거스에 구체 모양의 혁신적인 공연장이 완공됐다. 내외부를 가득 메운 스크린에서 보이듯 뛰어난 몰입감과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이곳 스피어에서 첫 레지던시 공연을 올린 뮤지션이 있다. 데뷔 5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유투(U2)다. 1980년대를 중심으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으며 최근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 오래된 밴드가 시대를 앞서가는 신시대 공연장에서 개막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각

U2만의 돌파구

U2 의 'New Year's Day' 공식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U2의 'New Year's Day' 공식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U2 유튜브

1980년대 < The Unforgettable Fire >(1984), < The Joshua Tree >(1987)에서부터 1990년대 < Achtung Baby >(1991)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의 살아 있는 전설 U2의 꺾일 줄 모르던 기세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앨범 제목처럼 록에서 팝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각종 전자 사운드를 버무렸던 9집 < Pop >이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밴드의 형세는 세기말의 분위기와 함께 저무는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보컬 보노에게 발성 장애까지 찾아왔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위기는 없었다. 밴드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 다니엘 라노이스와 브라이언 이노를 다시 불러 모아 새로운 사운드 설계에 들어갔다. 앨범 제목이 원래는 'U2000'이었던 것처럼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는 새천년인 미래를 향했다. 이전 앨범이 실험적이었지만 신작에서도 현실에 안주할 생각은 없었다.

이들의 열 번째 작품은 그렇게 1999년인 세기말에 태어나 2000년인 새천년에 록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었으나 멤버들의 일정 문제로 에너지를 더욱 응축한 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10월 30일 세상에 태어났다.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는 단숨에 시대의 소리로 자리 잡았고, 그래미 어워즈 43회와 44회를 통틀어 한 앨범에서만 총 7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주요 부문에서만 3개를 받았다.

'U2'만의 스토리텔링

 'New Year's Day' 공식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New Year's Day' 공식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U2 유튜브

U2는 각종 정치·사회 이슈를 넘어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돌격형 뮤지션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을 노래한 'Sunday bloody sunday', 반전을 부르짖는 'Bullet the blue sky' 등 옛날부터 현실의 과제를 노래로 직접 승화했다. 밴드의 시선은 비단 지구 위에만 있지 않았다. 닿을 수 없는 신의 영역까지 그 고찰의 범위를 넓혔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대표적이며 이 앨범에서는 'When I look at the world'가 그 예다.

앨범에는 밴드의 날카로운 시선과 확고한 신념, 거기에 더해 개인적인 서사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남아있는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다는 내용의 오프닝 트랙인 'Beautiful day'부터가 그러하다. 제목부터 음악까지 긍정적인 기운이 넘친다. 북아일랜드의 오마그 폭탄 테러에서 영감받은 'Peace on earth'는 버마(미얀마)의 아웅 산 수 치에게 헌정하는 'Walk on'과 함께 2001년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슬픔과 아픔을 노래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사랑과 행복을 표현한다.

거대한 이야기에 몰두하다가도 개인적 사연을 녹여낸 노래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더블린 카운티의 해변에서 아버지와 함께 연을 날리던 때를 회상하는 'Kite', 1997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마이클 허친스(호주의 뉴 웨이브 밴드 인엑세스의 리드 보컬)와의 상상의 대화에서 나온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또한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음악과 사운드를 뛰어넘어 그 안에 내실까지 단단하게 채울 수 있는 건 U2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U2' 만의 스튜디오 뮤직

앞서 언급했듯 다니엘 라노이스와 앰비언트-전자 음악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를 다시 섭외한 데에서 이들의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는 전성기 사운드를 복구하려는 것과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결심이 담겨 있다. 재회와 함께 이들은 곧바로 마치 방에 모여 연주하는 스튜디오 밴드처럼 멤버들만의 소리 찾기에 몰두했다. 빠르고 간결한 브레인스토밍으로 단숨에 'Kite'가 탄생했다.

과거의 재현과 미래로의 전진을 두고도 끊임없이 사투를 벌였다. 특히 'Beautiful day'에서는 기타리스트 디 엣지와 멤버들이 기타 톤을 두고 초창기 사운드의 복원과 미래 지향적 새로움 사이에서 논쟁을 벌였고 이는 결국 디 엣지의 승리로 끝났다. U2 자신도 과거를 인정한 앨범이라 밝혔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정해진 게 없다. 전성기 시절 굳건했던 로큰롤 사운드를 복기하면서도 < Pop >에서의 실험 정신은 잊지 않았다.

심장 소리 같은 킥과 기분 좋게 설레는 탬버린, 그리고 이를 분출하며 터지는 'Beautiful day', 청아하고 맑은 잔향이 도드라지는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사운드의 정위감과 공간감을 적극 활용한 'Elevation', 복잡한 기타 음색으로 노래하는 'When I look at the world' 등 스튜디오 사운드와 더불어 편곡의 승리를 보여주는 곡들이다. 그래미 어워즈의 메인 상 중 하나인 '올해의 레코드'를 한 앨범에서만 2년 연속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Beautiful day'와 'Walk on')

수많은 뮤지션이 20세기의 추억으로 묻힐 위기에 처한 와중에 '관록'의 뮤지션 U2는 이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며 21세기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이들의 음악적 기둥이 얼마나 튼튼하고 또 단단한지를 다시금 증명하는 순간이다.

데이식스, 실리카겔, QWER 등 밴드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고, 세기가 넘어가도 영원히 회자될 밴드가 얼마나 될까. 잘은 몰라도 U2의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

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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