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 파트너> 속 한 장면
SBS
"아빠 언제 와?"
드라마 초반, 재희는 아빠의 외박이 잦아지자 엄마 은경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던진 질문이었지만, 사실 재희는 아빠의 외도를 알고 있었고, 아빠와 엄마가 냉랭해지는 과정을 말없이 지켜봐 왔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혼란은 이렇게 부모의 갈등을 목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불안해하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 있는 비밀을 터뜨리면 정말 엄마 아빠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크기에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지 않는다. 재희가 그랬듯 말이다.
이혼의 법적 과정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양육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도구화'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이혼소송이 시작되자 지상과 은경 모두 재희를 다르게 대한다. 지상은 오직 재희를 소유하기 위해서만 행동하고 말하고 엄마 은경을 깎아내린다. 은경은 재희를 걱정하지만, 양육권을 차지하기 위해 선물 공세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주는 등 '안 하던 짓'을 한다. 이는 재희에겐 마치 자신이 소유물처럼 다뤄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재희는 자신이 느끼는 혼란을 표현한다.
"내가 정말 어릴 때는 나한테 성숙하다고 하더니 이젠 정말로 다 컸는데 갑자기 엄마 아빠가 저를 어린애처럼 대하는 게 웃겨요." (6회)
그런데 더 마음 아픈 건, 아무 잘못도 없이 이런 혼란을 겪는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재희 역시 은경에게 반복해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이는 아이들이 가지는 '자기중심성'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이 중심이 돼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 때문에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도 '나 때문'이라고 느끼곤 한다.
때로는 내가 잘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쓰기도 한다. 9회에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자기 잘못으로 돌리고 어른들은 자기 잘못을 남한테 돌린다'는 한유리(남지현)의 내레이션은 이런 면을 매우 잘 짚어낸 말이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편견들
이렇게 부모의 이혼 과정을 힘겹게 버텨낸 후에도 아이들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는다. 이혼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끊임없이 생채기를 내기 때문이다. 재희는 10회 유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니 항상 고마워요. 친구들, 친구들 엄마, 이모님 다 날 불쌍하게 쳐다보는데 언니만 그렇지 않았어요. 야야 거리고 하나도 안 불쌍해했잖아요."
이는 재희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상처 입었음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이혼 가정의 아이들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이런 시선은 우리 사회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애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이라 여기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외의 다양한 가족의 형태는 염두조차 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도 이는 잘 드러났다. 11회 은경과 재희가 단둘이 여행을 가 자전거를 빌릴 때 상점 주인은 당연하다는 듯 "아빠랑 엄마랑 셋이 탈 거지?"라고 묻는다. 재희가 다쳐서 병원에 갔을 때도 은경이 재희를 혼자 안아 올리자 간호사가 나타나 "아버님 안 계세요? 어머님 혼자 위험하게"라고 외친다.
아빠와 관계가 좋았던 재희는 엄마와 하는 여행 내내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재희에게 지금 자신의 상황이 '비정상'이라는 부적절한 느낌마저 들게 했을 것이다. 재희는 이런 반응을 접하면서 결국 "아빠가 너무너무 미운데 그래도 보고 싶어"라고 울고 만다(11회).
부모로서 해야 할 일, 어른들이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