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 포스터. ⓒ 넷플릭스


종종 그들의 소식을 접한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 올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사진 또는 영상으로 남기는 이들 말이다. 그들을 '루프 토퍼(Roof Topper)'라고 하는데, 마치 세상의 꼭대기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들을 오르는 등산가 같다.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중독일까, 심각한 관종일까, 자신을 이겨 보려는 자기 수련의 일종일까.

그들은 스스로를 '스카이워커(Skywalker)'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이유들의 차원을 넘어 '예술'적인 영역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누구도 오르지 못한 도시의 마천루 꼭대기를 하나씩 점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히 예술적이라고 할 만한 포즈를 취해 사진과 영상을 찍고 SNS로 전시하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뭇사람들이 열광한다. 

여기 두 남녀 루프 토퍼, 아니 스카이워커들이 있다. 러시아를 대표할 만한 루프 토퍼들인 바냐 비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 그들은 루프 토핑을 따로 시작했지만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야말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전에 비할 바 아닌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것이다. 그런데 악재들이 연이어 들이닥쳐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간다. 관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할 정도다. 그들은 모든 걸 건 대도전에 나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 사랑 이야기>가 바냐 비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 루프 토퍼, 아니 스카이워커 커플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찔하면서도 극도로 위험한 루프 토핑 이야기,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관계 그리고 사랑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이 시대 청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비록 영상 속이지만 심장이 빨리 뛰고 뒷골이 송연하며 머리가 빙빙 도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제1의 루프 토퍼 커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바냐는 어른이 돼 숨 막히는 집에서 벗어났다. 높은 곳에 오르면 숨쉬기가 편해졌다. 그렇게 누구보다 더 높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르니 SNS 팔로워 수가 급증했고 후원을 받아 여행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스스로의 인생을 주도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높은 곳에 올라 곡예를 선보였다.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던 바냐는 그녀, 안겔라에게 특별한 작업을 함께 해 보자고 제안한다.

안겔라는 서커스를 업으로 삼은 부모님 아래서 춤과 곡예를 배웠다. 어른이 되면 뭔가 '큰 것',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루프 토핑에 곡예를 합친 창의적인 활동으로 SNS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SNS 스타 루프 토퍼 바냐 비르쿠스에게서 연락이 온다. 안겔라는 바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함께 전 세계의 초고층 빌딩 꼭대기를 점령하며 영향력을 뻗어나간다. 오르기까지는 바냐가 거의 모든 걸 준비하고 또 도와준다. 아무래도 그가 경험상으로든 대범함으로든 우위에 있었다. 꼭대기에 오르고 나선 안겔라 차례였다. 그곳에서 그런 곡예 포즈를 선보일 수 있는 이는 러시아, 아니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힘들다. 그들은 따로일 때보다 함께일 때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하지만 악재가 닥친다. 코로나19가 들이닥쳐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새로운 영상을 찍지 못하니 후원이 끊긴다. 앞날이 막막하나 코로나19는 언젠가 물러갈 것이었다. 버티고 버텨야 했다. 그들에게 진짜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러시아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밖으로 나가면 돌아오는 걸 장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계속되는 악재 속에서 그들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시절이 있었건만 이젠 서로가 서로의 짐이 돼 버린 것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세계 2위 높이의 메르데카 118 점령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의 한 장면. 메르데카 118 꼭대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의 한 장면. 메르데카 118 꼭대기에서. ⓒ 넷플릭스

 
바냐와 안겔라는 복합적인 난국을 타개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후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린다. 결국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루프 토핑이었다. 하늘을 걸어야 했다. 하여 2022년 당시, 아직 준공 전인 세계 2위 높이의 빌딩 '메르데카 118'에 오르고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난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수없이 현장 답사를 하는 한편 피나는 연습으로 준비해 나간다. 하지만 금이 간 그들의 관계는 계속 더 벌어지기만 했다. 급기야 헤어지기까지 한다. 그럴수록 더, 무조건 메르데카 118에 올라야 했다. 명성을 되살리고 관계를 되살려야 했으니 말이다. 화해한 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준비한다. 드디어 D-DAY, 2022년 12월 18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한창이라 보안팀도 잠깐 자리를 비운 시간을 틈 타 메르데카 118에 오르기 시작한다.

준공된 이후의 보안과는 비할 바가 아니나 그래도 철저한 보안을 피하는 것도 힘들었고, 700m에 달하는 높이를 안전장치는 없는 반면 곡예 보조 장치만 지닌 채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중간에 들킬 뻔했기에 급하게 숨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수십 시간을 버티다 보니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던 것이다. 들키면 그대로 감옥행이었으니 들킬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함께 왔으니 꼭대기로도 함께 가야 했다. 바냐가 자신을 놨을 땐 안겔라가 이끌고 안겔라가 자신을 놨을 땐 바냐가 이끌었다.

서로가 없었다면, 서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기에 꼭대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미 그들의 관계는 회복됐다. 또한 꼭대기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펼친 환상적인 곡예 영상으로 그들의 명성도 회복됐다. 앞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위험한 만큼 감동적이다. 하지만 메르데카 118 꼭대기에 오르는 일뿐만 아니라 그들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 오르는 대부분의 일은 '불법'이니 만큼 마냥 그들을 응원할 수 없을 것이다.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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