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월드 투어를 하는 킨
Keane 유튜브
들어보면 알겠지만 앨범에는 확실한 흥행 포인트가 많다. 메인 작곡가이자 키보디스트 라이스-옥슬리의 따스한 건반 연주와 맞물리는 톰 채플린의 보컬은 그 어떤 가수도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미성을 가지고 있다. 두 대표곡 외에 킬링 트랙도 확실하다. 영국 18위에 오르며 만만찮은 인기를 누린 'This Is the Last Time'과 숨가쁘게 달려나가는 'Bend and Break',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Can't Stop Now' 등 한 번 들어도 귀에 바로 안착하는 선율을 가득 쥐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낙관만이 < Hopes and Fears >를 채운 것은 아니다. 연인 간의 소통 단절을 그린 'We Might As Well Be Strangers'나 간단한 언어로 비통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She Has No Time'처럼 음반에는 희망 못지않게 좌절이 자리한다. 'This Is the Last Time'과 같은 업템포 트랙도 가사는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아련한 추억을 그리는 'Somewhere Only We Know'에도 은근한 우수가 있다.
긴 무명시절의 불안감이 녹아 있는 것이다. 한창 밴드의 미래가 끝없이 어두워 보이던 2002년 쓰인 'Everybody's Changing'도 그렇다. 모두가 끝내 변해버리는 세상에 대한 허무감을 논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팀 라이스-옥슬리의 가사는 동시에 홀로 뒤쳐지는 일에 대한 걱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영국 10위에 오른 마지막 'Bedshaped'도 침대에 파묻혀 죽어가는 노인의 관점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하는 트랙이다.
사실 이것이 삶의 이치 아니겠는가. 찬란한 희망 속에는 언제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고, 그런 무시무시한 공포가 있어야 또 희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외면하지 않고 인생의 복합성을 직시한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은 킨의 < Hopes and Fears >가 이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여 밴드는 앨범 재발매와 더불어 현재 기념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다. 올해는 힘들더라도 내년에는 한국 또한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함께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