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멜로디를 지배한 팝 밴드 마룬 파이브(Maroon 5)의 1집 < Songs About Jane >은 여러모로 파격이었다. 감성적인 록 사운드 위로 흩어지는 호소력 짙은 팔세토 보컬의 높은 자유도, 옅게 묻어나는 그루브와 소울의 향기, 결정적으로 음악 애호가부터 일반인 모두의 취향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멜로디까지. 요소요소가 빼어난 이 음반은 마룬 파이브에게 2005년 그래미 신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고, 현재까지 1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약 20년 전 이 걸작을 내건 밴드가 오는 2024년 3월 8일과 9일 양일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열어 한국 팬들과 추억을 나눈다. 국내 첫 '아레나'형 공연장에 입성한 첫 번째 해외 아티스트이자, 'This Love'와 'Sunday Morning' 등 한국인 입맛의 히트곡 덕분에 한반도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팀인 만큼 그 기대감이 높다. 공연 셋리스트를 예상하며, 앞서 언급한 곡들이 수록된 데뷔작 < Songs About Jane >과 마룬 파이브의 야심찬 출항을 회상하기에 너무나 알맞은 적기다.

과거와의 작별을 선택하다
 
 지난 2011년 당시 두 번째 내한 공연을 위해 방한한 미국 5인조 록 밴드 마룬파이브(2011.5.25).
지난 2011년 당시 두 번째 내한 공연을 위해 방한한 미국 5인조 록 밴드 마룬파이브(2011.5.25).연합뉴스
 
이름이 팔자를 고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부터 마룬 파이브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밴드의 전신은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지역 밴드 카라스 플라워스(Kara's Flowers)로, 보컬과 기타에 아담 리바인(Adam Levine)을 필두로 4인 멤버로 구성된 동일한 팀이었다. 이들은 당시 너바나(Nirvana)의 유행으로 촉발된 얼터너티브 록과 포스트 그런지를 지향하는 적당한 밴드였다.
 
그러나 익숙한 음악을 하던 이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침투하기 위해 색다른 무언가, 눈길을 끌 만한 촉매제를 찾아야만 했다. 게다가 활동을 개시할 당시 2000년대 초반은 스트록스(The Strokes)의 개러지 록,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뉴 메탈, 팝 펑크가 유행하던 시기, 바야흐로 록의 춘추전국시대였다. 거성들 사이에 낀 신예 입장에서는 틈새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었고 전략적인 접근도 필수였다.
 
거칠고 끓어오르는 에너지로 무장한 선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그 틈을 파고들 수 있을까. 그룹의 향방을 쥐고 있던 아담 리바인은 대륙을 횡단해 흑인 음악과 교류하는 묘수를 택한다. 이들은 '마룬 파이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영입해 변혁의 지향점을 공고히 밝히고 과거와의 작별을 선언한다. 당시 한 인터뷰를 엿보면 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곡에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뉴욕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 동안 LA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시, 힙합 문화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때 경험이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쳤습니다."
 
'팝 록'이라는 신선한 결과물
 
< Songs About Jane > 앨범 커버 마룬 파이브 1집
< Songs About Jane > 앨범 커버마룬 파이브 1집인터스코프 레코드
 
그렇게 < Songs About Jane >은 블랙 뮤직을 한 방울 떨어트린 팝 록이라는 신선한 결과물로 세상에 태어났다. 밴드 사운드의 정수인 록이 기반에 깔렸지만, 그 태도는 묘하게 다르다. 깔끔하고 높은 목소리는 백인이 부르는 소울 음악이라는 뜻의 '블루 아이드 소울' 스타일에 가깝고, 도회적인 사운드와 펑크(Funk) 등을 지향하는 사운드가 짜릿한 리듬 위에 적절히 올라탄다. 앨범이 거칠지 않도록 무난하고 듣기 편한 반주가 중심을 꽉 잡고, 전체적인 개성은 장르적인 색채에서 가져오는 식이다.
 
개별 곡 단위로 파고들면 그 단서가 꽤 직접적이다. 'The Sun'의 도입부에서는 스티비 원더의 히트곡 'Superstition'의 신명 나는 인트로가 스치고, 전통적인 밴드 사운드 위 리듬감과 화음을 적절히 배합한 'Shiver'의 후렴구와 'Sunday Morning'의 가창에는 소울과 알앤비 향기가 짙으니 말이다. 강렬한 리듬이 곡의 방향을 잡는 'This love'도 그 항로가 힙합과 일치하는데, 국내에서도 빅뱅의 G-DRAGON(지드래곤)이 원곡을 랩과 함께 리메이크해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여러 장르의 난입에도 균형을 잡은 날카로운 대중성이다. 이 앨범의 키포인트는 바로 'She Will Be Loved'와 같은 곡에 존재하는데, 결국 이들이 초장부터 꾀한 고민이 마룬 파이브의 색채와 이후의 방향성으로 귀결된 순간이었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쉽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단출한 단어나 사건의 감상을 평이한 소재로 꿰어낸 '누구나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아담 리바인이 자주 밝힌 자신의 우상 비틀즈(Beatles)가 지향하던 음악의 현대적 재현인 것이다.
 
물론 < Songs About Jane >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존재한다. 이후 이들이 발매한 댄서블하고 대중 지향적인 히트곡을 듣다 보면 데뷔 작품은 그저 팝으로의 완전한 도약을 위한 전초전이었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1집 이후 이들은 록과 거리를 더욱 벌리고 디스코, 전자음악, 유명한 래퍼와의 협업을 통해 노골적으로 차트 상단을 폭격했으니 말이다. 마룬 파이브의 20년 일대기를 함께 겪은 후 그 순수성에 대한 그리움의 결과일 수 있다.
 
데뷔작이 풋풋하고도 순수했던 열정이 빼어난 멜로디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쉬는 수작인 덕분이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임을 고려하면 좋은 곡과 멜로디는 영속한다는 명제를 증명한 것도 분명하다. 그렇게 본다면 록이 팝과 결합한 좋은 선례이자 스스로 그 한계를 개척한 자의 증거물. < Songs About Jane >은 팝과 록의 틈새에서 피어난 록 개혁파의 유연한 출사표다.
마룬파이브 팝송 음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공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에서 일하고, 활동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