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편집자말] |
역사 속 최초가 최고로 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록이라는 개념조차 전무했던 척박한 한국 영토에 씨앗을 손수 뿌리고, 그 작물을 우리만의 정서로 개량해 보급한 신중현이 거둔 업적을 '최초이자 최고'라 표현하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을 가지기 어렵다. 그야말로 '한국 록의 영원한 대부'. 초기 로큰롤 양식과 더불어 블루스와 소울 같은 블랙뮤직의 유산, 하드 록과 사이키델릭 사운드 등 다양한 외래 문법을 가져와 시대 초월의 작품을 남겼다.
전쟁통 속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친척 집에 들어가 공장 일을 하던 신중현의 어린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음악인의 꿈을 이루고자 기타 한 대만 든 채 야반도주를 결심한 그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거리 생활을 전전하다 종로의 한 기타 학원에 강사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불쑥 찾아온다. 교습생으로 찾아온 무용수의 권유로 미8군 부대에 출입해 일할 기회를 얻게 되며 본격적으로 기타리스트의 길이 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