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다. 봄이면 장범준이, 여름이면 DJ DOC가, 가을엔 발라더들이, 겨울엔 머라이어 캐리가 웃는다는 이야기가 오로지 음악판에만 도는 것은 아니다. 영화도 계절을 탄다.
거리에 온통 떨어지는 낙엽으로 가득한 가을이다. 이 계절과 어울리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두고 영화팬이라면 이야기를 나눠본 일이 있을 것이다.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영화, 가을의 영상, 가을의 음악, 가을의 얼굴이 나오는 영화. 가을을 어떤 계절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오늘 소개할 영화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리라는 데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 '씨네만세'에서 다룰 영화는 김태용 감독의 대표작으로 고전 한국영화를 독자적 시각으로 변주해 다시 만든 <만추>다. 제목에서부터 늦을 만에 가을 추를 붙여 스스로 가을을 염두했음을 적나라하게 밝힌다. 무엇이 이 영화로 하여금 늦은 가을을 이야기하도록 하였을까, 또 무엇이 이 영화가 늦은 가을을 말할 수 있게 하였을까.
이 영화로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를 아내로 맞았다. 탕웨이는 이 영화로 한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로부터 열 두 해가 지난 가을, 공들인 리마스터링 작을 재개봉하기까지 어떤 마음들이 있었을지를 떠올린다. <만추>는 늦었지만 늦지 않은 영화다. 한국 관객들은 여전히 이로부터 어떠한 감상을 얻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