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무정부주의자 정치인이자 언론인(편집자)으로 활동한 요한 모스트(Johann Most)가 1884년에 < Freiheit(자유) >라는 잡지에 글을 한 편 발표했다. 글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Attack Is the Best Form of Defense)." 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일하는 '나'를 방해하거나 저지하거나 조롱하는 적(들)에게 복수하는 건 옳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글 제목은 실제 전쟁에서 종종 인용(권장)되고, 가상 전쟁게임이나 각종 운동경기에서 자주 통용되며(기록경기 제외), 테러리즘과 반테러리즘 양쪽에서 '선제타격'의 의미로 두루 각광받는다. 낯설지 않다. 어찌 보면 인간사회에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었던 경구(adage)혹은 막연한 통념 같은 것을 그가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고 활자로 정착시켜 확인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137발의 총성(137 Shots)>은 바로 그 '경구인 듯 경구 아닌 경구 같은' 모스트의 글 제목을 떠올려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두 명의 시민에게 무려 137개의 총알을 집중적으로 퍼부어 그 자리에서 사망케 한 미국 클리블랜드 경찰 열세 명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두 명의 시민은 흑인(여1, 남1)이었고, 사건현장에서 갑자기 하나의 균일한 공동체를 결성해 두 남녀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열세 명 경찰관들은 주로 백인(여성 두 명 포함)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엔 '인식오류'가 있었다. 구식 카뷰레터(carburetor)가 장착된 낡은 쉐보레 승용차가 기계적 낡음 혹은 결함 때문에 '탕, 탕' 역화현상을 일으키며 넓은 도로 교차로를 빠르게 지나갔다. 도로에 울리는 '탕, 탕'을 총소리로 오인한 한두 명 경찰이 경찰차에 올라타더니 사이렌을 울리며 추격을 시작했다. 당시 무전연락 음성기록엔 "경찰이 총에 맞았다"라든가 "화약 냄새를 맡았다"라든가, 용의차량 안에서 용의자가 총을 들고 있는 게 보인다는 흥분된 보고가 있긴 했지만(이 모두는 나중에 모두 오류로 밝혀졌음), "용의자는 음료수 용기를 들고 있다"는 차분한 보고도 있었다. 그때 침착하게 현실파악을 한 몇몇 경찰차들은 추격에 참여했다가 시나브로 빠져나갔지만, 많은 경찰차들이 그대로 추격대열에 남았다.
그날따라 꽤 많은 경찰관들은 용의차량 추격에 매우 열심을 냈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속력으로 용의차량(으로 추정되는 쉐보레)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흥분상태는 더욱더 고조되었다. 단 한 대의 쉐보레를 무려 60여 대의 경찰차가 뒤쫓았다.
다음으로 사건의 전개 및 고조에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 '탕, 탕' 소리가 나는 쉐보레를 학교 운동장으로 몰아세워 빙빙 에워싼 경찰관들은 총기가 쉐보레 안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과도한 흥분상태로 거기까지 달려온 경찰들은 차분히 사고하지 못했는데, 그것에 대하여 그들은 '쉐보레가 멈추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나중에 FBI 진상규명 수사과정에서) 입을 모았다. 애초에 쉐보레의 역화현상을 총소리로 오인한 것이 문제였다고 시인한 경찰관은 없었다.
경찰관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생물학적 성별을 막론하고, 그 상황에서 본인들이 느꼈던 긴박한 긴급성과 압도적 두려움은 충분히 당연한 것이었으며, 그로 인한 총기난사도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그때 당시 수많은 경찰관들이 쉐보레를 에워싸고 총을 쏘았는데, 쉐보레에서 발사된 총알은 없고 경찰들의 총알들만이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관들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말 그대로 '총질'에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