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컷광장시위대의 모습(2004년처럼 오렌지색 헬멧을 쓴 사람들이 많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는 우크라이나의 국민적 저항시위를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2004년이 아니라 그로부터 약 10여 년 뒤(2013년 11월〜2014년 2월)의 사건을 다룬다. 그러니까 대규모 국민 저항시위가 십년 간격으로 우크라이나에 재현됐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첫 번째와 두 번째 저항시위가 표적으로 삼은 사람이 얄궂게도 동일인물이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부정선거 전력이 있는 전직 총리가 어떻게 10년 만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유럽연합(EU)에 들어가겠다"고 확언했던 게 주효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물론 대놓고 친러 성향인 야누코비치가 EU에 순순히 들어갈 가능성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속았고, 야누코비치는 EU 협정서 서명 업무를 않고 버티다가 종국엔 무산시켜 버렸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전체 여론은 '유럽연합 소속'에 확연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랬기에 EU협정서 서명이 무산되자 2013년 11월 21일에 대규모 저항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윈터 온 파이어>는 그 저항시위를 '광장시위'로 부른다. 시민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장시위 소식을 공유했고, 음악공연이나 평화행진 등의 프로그램으로 시위를 즐기며(?) 참여자 수를 늘려갔다.
그러나 비겁한 야누코비치 정권은 광장시위 대열 안에 폭력행동을 유발할 사람들을 심어놓아 분란을 유도했고, 야금야금 폭력진압의 명분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폭력 진압을 시작했다. 고무탄에 실탄을 섞고, 최루탄뿐 아니라 수류탄을 사용했으며, 나중엔 저격수를 투입했다. 그리하여 인권단체 집계에 따르면, 93일의 광장시위 기간 동안 125명이 사망하고 65명이 실종되었으며, 1890명이 다쳤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시민들을 구타하는 경찰과 '베르쿠트(특공대)' 그리고 '티투쉬키(범죄자 출신으로 구성된 용병부대)'의 폭력적 움직임이 80년 광주항쟁 자료사진들과 너무도 흡사해, 깜짝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