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이반>은 피고인과 증인 중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판사의 입장이 되어 직접 사건을 판단해볼 수 있도록 사건 관련 정보와 물증을 단계별로 하나하나 제시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에서 피고인은 "사람 잘못 봤다"고 주장하고, 증인(들)은 "피고인이 과거 세탁중"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다.
피고인은 나치의 절멸수용소(트레블링카 혹은 소비부르)에 근무하며 85만 이상의 유대인을 절멸(살인)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살인 자체를 즐긴 것으로 보고된 '공포의 이반'과 동일인물이라는 혐의를 받은 존 뎀얀유크, 증인(들) 쪽은 트레블링카에서 그를 본 게 확실하다고 확언하는 홀로코스트 유대인 생존자들이다.
총 5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저 할아버지는 공포의 이반과 동일인물이다? 아니다?'를 스스로 판단해보며 따라가려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말 그대로 사로잡는다. 그리고 실제로 역사적인 뎀얀유크 재판은 엎치락뒤치락 유죄와 무죄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내 반유대주의자들의 수상쩍은 연대 움직임이 관찰되는 한편 우크라이나계 미국인과 유대인 공동체 사이에 갈등도 야기됐다.
또 연로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증언과 회한 사이를 불안하게 진동했으며, 뎀얀유크 변호팀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전직 판사가 갑자기 자살하거나 뎀얀유크 변호인이 염산테러를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공포의 이반'으로 지목된 뎀얀유크는 66세에서 91세에 이르는 노년기 내내 재판을 받으며 세월을 보내야 했다.
참고로 1975년부터 진행된 특수수사국의 조사결과 1986년 미국에서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 뎀얀유크는 유죄로 판명되어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추방됐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의 재판 1심에선 유죄였지만(1988), 대법원 항소심에선 무죄가 나왔다(1993). 뎀얀유크는 석방됐고 미국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미국 특수수사국의 판단은 여전히 유죄여서 다시금 뎀얀유크는 범죄자 인도 절차를 따라 독일로 이송됐다(2009). 이후 독일의 재판은 1심에서 대번에 유죄를 평결하고 5년형을 선고했지만(2009), 뎀얀유크가 항소했으므로 이전 이스라엘 재판의 '무죄' 평결이 유지되었다. 그러다 항소심이 아직 진행중인 시점에 뎀얀유크가 91세로 자연사했다(2012). 결국 뎀얀유크가 트레블링카에서 학살 자체를 즐긴 우크라이나 경비원(공포의 이반)이 맞는지에 대한 여부는 영구적으로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었다.
뎀얀유크는 '공포의 이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