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X를 죽였나?> 의 한 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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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팎에서 맬컴 X를 '맬컴 텐'으로 (Iphone X을 읽듯) 읽는 이들이 제법 많다. 우리 시대, 맬컴 엑스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리라. 맬컴은 1925년 5월에 태어나 1965년 2월 21일에 암살당했다. 향년 서른아홉이었다.
그런데 맬컴과 동시대에 활동하였으며 그보다 훨씬 더 유명했던 흑인 인권운동가가 있으니, 바로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박사)다. 마틴은 맬컴보다 조금 뒤인 1929년에 태어났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마틴도 서른아홉에 암살당했다(1968년). 두 사람 다 마흔에 도달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망연령 외에 둘의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사람 모두 성직자였다(한 사람은 개신교 성직자, 다른 한 사람은 무슬림 성직자). 그리고 두 사람은 살아 생전 흑인 인권운동에 온 정성을 기울여 이른바 '영혼을 끌어모아' 매진했고, 자신들의 흑인 정체성 즉 'blackness'를 자랑스러워했고 사랑했다.
동시대를 살며 아주 비슷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두 사람은 자주 교류하지는 못했다. 단 한 번 짧게 마주쳤을 뿐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항상 인지하며 늘 신경쓰며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낸, <뿌리>의 작가 알렉스 헤일리의 증언에 따르면, 맬컴은 마틴을 궁금해했고 마틴은 맬컴을 궁금해했단다.
추적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X를 죽였나?>는 40분 안팎의 단편 6편을 한데 묶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누가 맬컴을 죽였는지 꼼꼼히 추적하는 사람은 형사도 검사도 기자도 탐정도 아니고, 관광가이드로 일하는 압둘라흐만 무함마드다.
그의 끈질기고 합리적인 추적 덕분에,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아 수십 년 징역까지 산 사람이 급기야 무죄판결을 받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건, 무함마드가 정보와 증거들을 모아 진범으로 추론한 이가 진범 여부를 스스로 자백하기 전에 세상을 하직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무함마드는 진범을 인터뷰할 수 없었고, 다만 그의 장례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곳 지역사회가 진범을 대략 인지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진범이 (혹시 범행을 회개했던 것일까?) 평생 그곳 지역사회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헌신하다 세상을 떠난 바람에 극진한 존경을 받는다는 것.
진범을 명확히 인지한 사람들이 수두룩했는데도 진범은 평생 안전하게 살다 평화롭게 별세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 일의 이면엔 당대 민감했던 정치적 요인들이 얼기설기 들어있다. 그런 까닭에, <누가 맬컴 X를 죽였나?>는 맬컴의 암살사건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나, 암살사건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맬컴 주변의 정치적 상황과 맬컴의 생애&사상을 충분히 많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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