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공개된 <엘리지 마쓰나가>는 상영시간 50분 안팎의 에피소드 네 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몰입감이 무척 높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1편을 관람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라면 아마 4편까지 정주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토막살인이 작품의 소재인 데다, 그것도 픽션이 아니고 실화라서, 이걸 "이렇게 재미있게 봐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거나, 심지어는 딱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죄송스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이 작품 리뷰를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왜냐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엘리지는 남편을 살해했을 뿐 아니라, 살해 직후 남편의 시신을 토막내어 내다버리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여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19년 11개월 1일'의 형량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중이다.
2012년 5월의 어느 날, 엘리지는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실종 소식을 들은 남편의 회사 동료들 그리고 엘리지의 시댁 사람들은 모두 엘리지를 가여워했고,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으며, 실제로 힘을 합쳐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파란 비닐봉지에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있는 시신 토막들이 차례차례 발견되기 시작했다. 허나 얼굴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시신의 토막들이 산발적으로 발견될 때까지는 단서가 몇 개 없었다. 토막난 시신의 절개면이 (외과의사가 처리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대체로 깔끔했다는 사실, 토막난 시신 옆에서 발견된 옷가지들이 말도 안 되게 비싼 명품들이었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얼굴 부위가 발견되었는데, 엘리지의 남편이었다. 엘리지의 남편은 브라질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다. 당시 미국 기업 제너럴밀즈와 기업매각 거래협상을 성사시킨 브라질 기업 요키의 후계자 마르쿠스 마쓰나가였던 것.
며칠 지나지 않아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마르쿠스의 아내 엘리지가 토막살인을 자백한 것이다. 엘리지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살해 당일, 엘리지가 남편의 외도를 추궁하며 항의하자 남편이 노발대발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폭력이 또다시 나타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마르쿠스는 아내를 '창녀'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것이 무려 사실에 근거한 표현이어서 엘리지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엘리지는 결혼 전 성매매여성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엘리지와 남편 마르쿠스는 성매매사이트에서 만났다. 둘이 만났을 당시 유부남이었던 마르쿠스는 엘리지와 결혼하기 위해 당시의 아내와 전격적으로 이혼했고, 딸과의 결별도 감행했다. 마르쿠스와 엘리지는 결혼하면서 둘 다 성매매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약속했다. 결혼 후 엘리지는 약속대로 성매매를 끊었다. 우리 돈으로 수천 억 자산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 마르쿠스와 함께 살게 됐으니 더는 몸을 팔아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허나, 마르쿠스는 성매매를 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