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리미어 골든 해머'로 위촉된 이서진의 모습
해비바트
마치 안 할 것처럼 굴다가 막상 시작하게 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걸 내가 왜 하냐?'며 황당해 하던 표정이 어느새 '기왕 할 거면 잘 해야지'로 바뀐다. 그리고 실제로 (뭐든지) 잘하기까지 한다. 맡기기만 하면 성과를 거두고, 힘든 일도 척척 해낸다. 앓는소리를 좀 하긴 하지만, 금세 몰입하고 매력적인 보조개를 보여준다. 이쯤되면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눈치를 챈 사람도 있으리라. 바로 이서진이다.
배우 이서진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선이 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았기 때문일까. MBC <다모>(2003)를 비롯해 <불새>(2004), <이산>(2007~2008) 등 이서진이 출연했던 작품들 속에서 그는 조금 경직돼 있었다. 물론 그 뻣뻣함이 매력 포인트이기도 했다. 어찌됐든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에 잇따라 출연하며 흥행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이서진의 인생에 전환점이 들이닥쳤다. 2012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나영석 PD의 꾐에 빠져 '미대형(미대 나온 형)'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 뒤부터, 이서진은 예능인으로서 부쩍 자주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tvN <꽃보다 할배>(2013)은 만능 '짐꾼'으로서의 능력치를 각인시켰고, <삼시세끼>에선 툴툴대면서도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해내는 '노예'로 시청자들의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
몸에서 힘을 뺀, 자연스러운 이서진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해야 할 몫을 충실히 해내면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몸에 밴 여유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고,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보는 이들을 너그럽게 했다. 어른을 최대한 공경하면서도 동년배나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불필요한 격식을 따지지 않았다. 격의없는 관계를 지향했다. 지성미에 위트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지난해 방영됐던 SBS 예능 <리틀 포레스트>에서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이서진의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물론 처음엔 툴툴거렸지만) 완성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짓는 그의 모습이 보조개가 참 매력적이었다.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단순히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연인 이서진의 행보 또한 누구보다 따뜻했다.
"대중에게 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큼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약하게라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