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효녀가수' 현숙 "어르신들, 사랑합니다" 국민 효녀가수 현숙이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경남 산청복음전문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이동식 목욕차량을 전달한 후 히트곡을 부르며 "사랑합니다"라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 효녀가수' 현숙 "어르신들, 사랑합니다"국민 효녀가수 현숙이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경남 산청복음전문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이동식 목욕차량을 전달한 후 히트곡을 부르며 "사랑합니다"라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얼핏 드는 생각은 '영광'일 수도 '부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본래 수식어의 역할이란 (문장의 표현을) 한정하거나 꾸미는 것인데, 이 경우엔 뒤따르는 이름을 제한하거나 빛낸다고 볼 수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에(혹은 자신을 쉽게 소개하기에) 수식어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미지의 고착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제2의 OOO', '리틀 OOO' 같은 경우가 그렇다. 

반면, 그 이름의 주인공이 살아 온 삶의 족적이나 뚜렷한 캐릭터를 수식어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아무래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장기적으로 봐도 그러하다. 물론 그 수식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굴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즐기고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얘기는 다르지 않을까. 이토록 장황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까닭은 '현숙(본명 정현숙)' 때문이다. 전국민이 알다시피,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바로 '효녀 가수'이다. 

'효녀 가수' 수식어 부담스럽다는 현숙, 그 이유

지난 6월 29일, 현숙은 LA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었다. 서울메디칼그룹이 주최한 이번 콘서트는 2시간가량 진행됐는데, 약 2000명의 어르신이 현숙을 보기 위해 방문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행사장을 찾았던 한 할머니는 '아프면 약을 사 먹으라'면서 현숙의 손에 20달러를 쥐어줘 감동을 자아냈다고 한다. 그 할머니의 마음이 무엇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었으리라. 자신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불러준 현숙에 대한 애틋함 말이다.

"저는 아직도 정말 엄마 많이 보고 싶고 많이 그립고 지금 계시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아 있거든요. 저는 다 못했거든요." (지난 6월 방송된 KBS1R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했던 현숙의 인터뷰 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효(孝)'의 아이콘인 현숙이지만, 여전히 그는 '효녀 가수'라는 수식어가 쑥스럽다고 말한다. 또, 부담스럽다고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현숙은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지금 계셨더라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현숙의 아버지는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별세했고, 어머니는 14년간 중풍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07년 소천했다).

1997년 시작된 '효녀 가수' 현숙의 시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현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의 꿈을 품고 상경했고, 이듬해 정규 앨범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1979)'로 데뷔했다. 이듬해 '정말로(1980)'를 통해 MBC 10대 가수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포장마차(1982)', '건공감리 청홍백(1984)' 등의 히트곡을 내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가 도래했고, 가요계 세대교체의 바람을 맞고 슬럼프에 빠졌다. 

이세상에 하나뿐인 / 사랑하는 영자씨 / 당신이 원한다면 / 무엇인들 못하리까 / 저하늘의 별이라도 / 저하늘의 달이라도 / 당신앞에 바치오리다 ('사랑하는 영자씨'의 가사 중)

그런 현숙에게 재기의 발판이 된 건 다름 아닌 '효'였다. 1995년 정성을 다해 부모님을 모시는 현숙의 효행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사랑하는 영자씨'가 방송됐다. 시청자들의 현숙의 효심에 감복했고, 그의 인기는 다시 상승 곡선을 탔다. 탄력을 받은 현숙은 심기일전해 1997년 트로트 곡인 '요즘여자 요즘 남자'를 발표했고, 그 노래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효녀 가수' 현숙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현숙은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무대를 누비고 있다. '가수'로서의 현숙 못지 않게 '기부자(봉사자)'로서의 현숙의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특히 현숙은 2004년부터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부해 어르신들과 환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지난 5월 8일에는 경남 산청군에 목욕 차량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현숙은 지난 5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어르신들이나 환자들은 밖으로 다니면 감기가 걸릴 수도 있고,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동식 목욕 차량은 욕조가 안방까지 간다. 넘어질 염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식 목욕 차량 한 대에 4500만 원~5000만 원의 제작비가 든다고 하는데, 벌써 전국에 현숙이 기부한 17대의 목욕 차량이 누비고 있다고 하니 박수가 절로 나온다. 기부라는 것이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현숙의 행보는 더욱 빛이 난다. 아마도 편찮으셨던 부모님의 병수발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환자들의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목욕 차량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리라.

고향 후배 장학금부터 소아암 어린이 수술비 지원까지

그뿐만 아니라 현숙은 고향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보태고, 소아암과 백혈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현숙은 겸손하게도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니에요. 아니, 그런데 저는 정말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몸이 불편하거나 그런 거보다는 또 같이 함께하는 거, 여러분의 사랑이 없으면 제가 어떻게 지금까지 노래 부를 수가 있겠어요."(오태훈의 시사본부 인터뷰 내용 중)

현숙은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되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오히려 기뻐한다. 이런 현숙을 어찌 칭찬하지 않고,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효녀 가수' 현숙은, 그의 수식어에 제한되지 않는 다양한 기부 활동과 선행으로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참 많은 따뜻함을 건네주고 있다. 이 선순환이 참 반갑고 뿌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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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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