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을 다룬 영화 <비념>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사건을 겪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정부에 낙인 찍힌 사람들은 제주도 내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되면서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는 일본에 건너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고향이 타향이 돼야만 했고 타향이 고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정을 듣는다. 그들은 한국에서 보낸 참혹한 기억들을 곱씹으며 애통해했다.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일은 과거를 반추하면서 원혼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국가가 의도적으로 외면한 역사였지만, 그들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원혼을 달래주는 일을 평생 수행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더해서 유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마저 지울 텐가? 영화는 국가에 질문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자연스럽게 현재로 거슬러 오면서, 제주도는 해군기지 설립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국가가 국민을 일방적으로 쫓고,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을 파괴하는 모습이 몇십 년 흘렀지만, 국가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폭로한다. 기지 설립을 위해 폭파한 구럼비바위는 제주도에서 영혼이 깃든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성하게 여긴 구럼비바위의 파괴는 무참한 역사의 반복이다.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진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제주도민들은 또 한 번 지켜봐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