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광주MBC 노동조합 조합원들
광주MBC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광주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됐는지라 보도국에서는 기자들이 취재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중계 장비를 챙겨 나갈 준비를 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수심 어린 대화가 오갔다.
기자A: "금남로에 가면 우리도 쫓겨나지 않을까."
기자B: "그래도 우리는 부끄러운 방송은 안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기자C: "MBC면 다 같은 MBC지. 사람들이 서울MBC, 광주MBC 구분해서 욕한답니까."
기자D: "그래도 취재는 해야 하지 않을까."서울 광화문에서는 서울MBC 취재인력이 시민들 항의를 받고 철수하거나 쫓겨나고 있었다. 탄핵 사태를 제대로 취재하지도, 방송하지도 않는 MBC에 대한 항의였다. 중계차를 타는 방송기자가 자신의 정체성인 MBC 태그를 카메라와 마이크에서 떼어내는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없는 건물 옥상 따위에 올라가 겨우 방송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MBC브랜드를 함께 공유하는 지역의 방송기자들이 불상사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광주였다. 광주시민들이 누군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다며 광주MBC에 불을 질러 응징한 이들이 아니던가. 박근혜 대통령 전국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5%로 떨어졌을 때는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 0%를 기록한 광주전남이었다. 국정농단사태에 어느 지역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탄핵 관련보도에 어느 누구보다 관심이 큰 광주시민들이었다. MBC의 왜곡보도와 축소보도에 대한 분노가 서울시민들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MBC 취재인력이 금남로에서 강력한 비판과 항의에 직면할 것이라는 걱정은 당연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차 촛불집회부터 마지막 촛불집회까지 통틀어서 말이다. 비록 JTBC만큼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광주MBC 취재진은 금남로에서 배척당하거나 욕먹지 않았다. 집회 도중 흥분한 일부 시민이 취재진에게 시비를 걸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며 말려줬다.
"광주MBC는 서울MBC와 다르잖아요." 광주MBC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집중보도했거나 광주시민들의 여론과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평가가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