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대전MBC 사옥 앞에서 열린 '언론적폐청산과 부역자 퇴진을 위한 기자회견'.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진숙 대전MBC사장과 최혁재 보도국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하나] '알 자리라 대전지사'로 전락한 대전MBC"요르단이요? 에이 설마..."2015년 봄, 취재부장은 이진숙 사장의 친분 덕(?)에 요르단 관광청 초청 취재를 가야 할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이때는 메르스로 온 국민이 공포에 빠져있었고, IS에 의한 요르단 공군 조종사의 화형 소식 등 테러 위협이 산재할 때였다. 요르단은 여행 주의 지역이었고, 대전MBC기자단은 비상 총회를 통해 이를 지적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공주·부여 세계문화유산지정 등과 적당히 의미를 엮은 요르단 기획 취재물은 그럴싸하게 연속 보도됐다.
이후, 대전MBC 기자들 사이에서는 '알 자지라 대전지사가 됐다'는 한탄이 나왔다. 이진숙 사장이 걸핏하면 대전MBC 기자들을 동원해 지역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중동 이슈를 취재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기자 시절 이라크 전쟁을 취재해 '중동통'이라 불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4백만 시민이 거주하는 대전세종충남을 담당하는 공영 방송사에서, 지역과 상관없는 취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지역 이슈와 현안에만 매달려도 부족한 여건인데, 지역과 상관없는, 서울에서 열리는 아랍문화제를 취재하게 하거나,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대담이 추진됐다. 심지어 이진숙 사장 본인이 직접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까지 했다. 지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이진숙 사장 개인의 관심과 친분에 따라 뉴스가 제작됐다.
지역MBC에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있지만, 대전MBC는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뜬금없는 중동 뉴스가 전파를 타는 동안, 지역에 뿌리 내린 다양한 NGO의 목소리와, 갑을오토텍 사태처럼 중요한 지역 이슈는 실종됐다. 53년간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아온 공영방송사는, 그렇게 '낙하산 사장'에 의해 사유화됐다.
[둘] 김재철의 입 이진숙, 낙하산 타고 대전MBC 사장되다2015년 3월, 이진숙 사장이 대전에 부임했다. 전임 사장이 대전을 내어 주고 제주MBC 사장으로 내려갔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김재철 사장의 입'에서 대전MBC 사장이 된 이진숙 사장에게는 '첫 지상파 방송사 여성 사장'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이 덧붙여졌다.
보직 간부들이 사장과의 첫 대면 만찬에 이전과는 달리 버선발로 맞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창피하지도 않나?'라는 우려와, 그래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했다.
순진했다. 이진숙 사장이 누구인가? 김재철 사장 밑에서 MBC 민영화를 은밀히 추진하고, 세월호를 폄훼하는 등 부역의 선봉에 섰던 이다. 서울MBC의 DNA를 뼛속까지 바꿔왔던 1등 공신이다. 이진숙 사장은 망설임 없이 대전도 망가뜨렸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카메라 기자에게 기자 호칭을 빼앗는 것이었다. 이는 이진숙 사장이 서울MBC 보도본부장일 때 실행한 일로, 2012년 파업 당시 선두에 나섰던 영상취재기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울MBC는 2012년 파업 직후인 8월, 카메라 기자들이 소속돼있던 영상취재1부 및 2부, 시사영상부, 스포츠영상부 등의 부서를 폐지했다.
이진숙 사장이 대전에 오면서, 대전MBC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전MBC 보도국장은 이 사장의 지시에 따라, 보도국에 나란히 걸려있던 영상부 팻말을 떼어냈고, 뉴스 영상 말미에 등장하는 영상 기자들의 이름 자막을 삭제했다. 보도국장은 "대전MBC에는 카메라 기자가 없다. 편성국 소속 카메라맨이 촬영 지원을 나올 뿐이다"라는 막말로, 카메라 기자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에게는 어김없이 징계가 돌아왔다. 껄끄러운 일부 기자들은 편성, 사업국으로 보내졌다. 대전MBC 보도국에 기자가 10명인데, 그 중 무려 3명이 '감봉 징계'의 칼날을 맞았다. 서울MBC 보도본부장으로 일하며 체득한 거침없는 탄압 방식 앞에, 대전MBC 구성원들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