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70일 파업. 그 후 5년이 지났습니다. 이 시간에도 MBC 구성원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쫓겨나고, 좌천당하고, 해직당하고, 징계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했습니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MBC를,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제 그만 '엠X신'이라는 오명을 끝내고, 다시 우리들의 마봉춘, 만나면 좋은 친구 MBC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MBC 구성원들의 글을 싣습니다. 바깥에서 다 알지 못했던 MBC 담벼락 안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두 번째 글은 MBC라디오국 강희구 PD입니다. 

MBC 라디오 PD 제작거부 돌입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다 하지 못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라디오국 PD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이들은 "MBC 라디오PD들의 제작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당했고, 세월호와 위안부, 국정농단의 중요한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검열과 개입에 대한 사례를 공개했다.
MBC 라디오 PD 제작거부 돌입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다 하지 못해”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라디오국 PD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이들은 "MBC 라디오PD들의 제작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당했고, 세월호와 위안부, 국정농단의 중요한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검열과 개입에 대한 사례를 공개했다.유성호

- "강피디, 파이팅이여. 이번엔 쟁취할 거여."
-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MBC 입사 이후 많이 배웁니다."
- "좋은 직장이네. 많은 가르침을 주고."

모 신문사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문자를 받았습니다. 제 마음을, 저희 동료들의 싸움을 알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과 고마움입니다.

9월 4일, 공영방송 MBC와 KBS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공정한 방송을 해보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경영진의 이유 없는 해고와 징계, 차별과 격리로 망가져버린 방송을 다시 살려보고자 일어섰습니다. 저는 이보다 일주일 먼저 MBC 라디오국 제작 거부에 동참했습니다.

그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라디오국 제 옆자리에는 방송에서 배제된 박경추 아나운서가 라디오 운행 업무를 합니다. 몇 명의 라디오 PD는 비제작부서로 밀려났습니다. 막내 PD들은 수시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고, 누군가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속 노란리본도 검열당하는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아이템과 진행자는 완벽한 통제를 받았습니다.

노동조합, 파업 이런 용어들이 불편하실지 모릅니다. 분명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고, 특별히 노동법에서 구체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의 파업은 실제로 여러분께 불편을 드립니다.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MBC FM4U 음악채널 전체가 DJ없이 음악만 흐릅니다. 표준FM도 곳곳에서 파행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만나도 좋은 방송 MBC 문화방송, 디스크자키 배철숩니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2017년 9월 4일 <배철수의 음악캠프> 클로징 멘트 중에서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9월 4일 클로징 멘트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9월 4일 클로징 멘트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권우성

 앵커로서 MBC 라디오 뉴스에 참여했던 김경정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번 파업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앵커로서 MBC 라디오 뉴스에 참여했던 김경정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번 파업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MBC

종교가 없다는 DJ 배철수는 이 상황이 빨리 끝나서 하루빨리 청취자를 만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바라봅니다. 이 상황의 결말과 무관히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프리랜서 작가들도 '세월호', '위안부 문제'를 다룰 수 없는 방송 현실을 비판하며 PD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라디오 뉴스를 전하는 프리랜서 앵커 김경정씨는 라디오뉴스의 편파성을 고발하고,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피해를 당해야 했던 많은 MBC 사원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임지는 PD로서 이런 마음이 고맙습니다. 동시에 일상적으로 이뤄졌던 아이템 검열과 출연자 통제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인격침해를 막아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먼저 행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막상 프로그램을 놓고 나니, 참 불안합니다. 청취자들이 다 떠나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 때문인데요. 그런 지금 동료들의 지지와 청취자 여러분의 응원 문자를 받고 있는 겁니다.

MBC는 제게 참 좋은 직장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노동자의 권리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진심으로 사람들을 더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습니다. 공영방송 MBC의 라디오 PD로 살아간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강희구 PD
강희구 PD강희구

* 강희구 PD는 2008년에 MBC에 입사해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을 연출했으며, 현재는 라디오편성사업부 소속입니다.

공영방송 총파업 MBC 라디오 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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