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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 없었던 지상 3사 중계... "인권위에 진정"

장애인단체 활동가 "장애인 시청권 침해"... 수화통역사 "현장에도 수화 통역 없어"

18.02.10 20:30최종업데이트18.02.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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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선 수화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 ⓒ MBC 캡처


인면조, 드론 오륜기, 남북 공동입장, 성화 최종주자였던 김연아 선수 등 지난 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큰 화제가 됐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데다가 한반도기와 남북 공동입장은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각 장애인들은 개막식의 재미와 감동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었다. 방송 3사가 모두 온전한 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MBC와 SBS의 생중계에선 전혀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KBS는 연설 부분에서만 수화통역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인 김철환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인권위에 방송 3사에 대한 차별행위 진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개회식 생중계 과정에 수어 통역과 화면해설을 내보내지 않아 장애인의 시청권을 침해했다"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한 내용을 어긴 것으로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올림픽의 기본정신인 평화, 화합, 친선 도모라는 내용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인권위가) 권고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며, 관련 법률도 개정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탄핵 촛불시위 행사에서 수화통역을 맡았던 박미애 수화통역사 역시 자신의 SNS에 "한반도기도 멋지고 뭉클한데, 수화통역이 없어서 농인들은 그림만 보고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 올림픽이 모든 이들의 축제가 되면 좋을 텐데. 공중파 3사 어디서도 수화통역을 볼 수 없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통역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청각 장애인들은 집에 자막 수신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막으로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방송에서 자막이 나와) 자막이 겹치는 경우도 있고,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도 한다. 또 글을 잘 모르거나 수화가 제1언어라서 한글 해독 능력이 부족한 분들도 있다"며 수화 통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단상에 선 연설자들 옆에도 수화 통역사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현장에 가신 장애인분들 역시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침해받은 것이다. 장애인을 배제한 축제"라고 비판했다.

박 통역사는 "방송법에도 (장애인 대상의 방송을 위해) '자막 또는 수화통역'을 하면 된다고 나와 있어, 방송국에선 자막을 넣으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지상파 방송이 장애인의 권리에 둔감했다고 지적하며 "KBS 9시 뉴스에는 수화통역이 없고, 5시 뉴스에만 수화통역이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낮에 일을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수화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데 이분들도 편하게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통역사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 역시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제 MBC의 중계는 IOC 위원 등의 연설을 동시통역이 아닌 자막 처리를 해서 시각장애인들은 내용을 알 수 조차 없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해설'이 없으면 아나운서가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박 통역사의 말에 따르면 화면해설은 그림을 그리듯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보통 아나운서들이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보고 있다'는 전제 하에 해설을 한다면,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들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상황이나 풍경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올림픽 개막식 같은 경우에도 화면해설방송을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게 박 통역사의 주장이다.

박 통역사는 "올림픽 중계에서 장애인을 소외시킨 지상파 방송사 3사에 대한 인권위 진정인들을 모으는 중이며, 다음 주에는 진정을 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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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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