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박근혜의 운명 예고한 영화들... 소름주의보

[기획]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겹치는 영화 3편

16.11.09 16:25최종업데이트16.1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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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실질심사 마친 최순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및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내로라하는 정치 고수들도 혀를 내두른다. 민주공화국인 줄 알았던 최근의 한국이 무당에 의지한 '샤머니즘 국가'였냐며 반 자조 섞인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혼돈의 정국이지만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각종 패러디와 풍자로 승화시키며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학가에선 일명 '참여형 대자보'라며 종이를 뜯어내면 '올바른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란 메시지가 드러나는 인쇄물이 등장했다. 박근혜대통령의 사과 영상 아래 '모르겠고 하야는 안 해'라는 자막이 흘러간다.

'비선 실세'의 존재보다 대통령이 대의 원칙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크다. 사실 시대를 막론하고 영화에선 이런 사건을 꽤 비중있게 다뤄왔다. 일부 영화의 경우,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과  '소오름' 돋게 유사하다. 아니 오히려 현실이 더 영화같을지도.

[하나] <브이 포 벤데타> (2005)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한 장면. 브이를 상징하는 이 가면은 시민 혁명이 한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 워너브러더스


정치 혁명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제3차 대전이 일어난 2040년, 그러니까 근 미래를 배경으로 두고 정부 당국에 의해 통제되는 시민들의 모습과 그 세상을 깨려는 의문의 사나이 V의 활약을 담았다.

가상의 SF지만 이 작품이 품고 있는 함의는 상당하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서 완벽한 통제인 줄 모르고 살아가는 시민은 곧 주권을 잃은 노예를 상징한다. 불편한 진실엔 눈을 감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권력이 감시하고 통제하는 걸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런 시민들을 V라는 사내가 동요시킨다. 그가 지닌 뛰어난 무예와 카리스마, 그리고 지식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각성시킨다. 비선 실세의 정의를 잠깐 비틀어 보자면 V는 '긍정적 비선' 정도가 될 것이다. '보장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한 독일 법학자의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필요가 있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정치와 우리 삶이 가장 밀접하지 않나.

<브이 포 벤데타>ㅣ2005ㅣ감독-제임스 맥티그ㅣ주연-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1976)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한 장면. 로버트 레드퍼드와 더스틴 호프먼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추적하는 열혈 기자로 등장하며, 이들에게 주요한 정보를 주는 취재원인 '딥스로트' 역은 하워드 홀브룩이 맡았다. ⓒ 워너브러더스


미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당한 닉슨 대통령에 대한 영화다. 우리가 잘 아는 워터게이트 사건, 그러니까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자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미국 사회가 뒤집혔던 그 일을 소재로 했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 두 기자의 활약상에 있지만 해당 사건을 일으킨 배후가 바로 백악관 관련 인물이라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반대파를 누르려 했던 그가 바로 비선 실세 중 하나다. 정권 관계자가 대선에 개입한 격인데 여기에 CIA, FBI 등이 모두 연루돼 있다. 우리로 치면 국정원이 직접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나선 셈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와 묘하게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언론에 의해 진실이 드러났고, 결국 닉슨 대통령이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ㅣ1976ㅣ감독-앨런 J. 파큘라ㅣ주연-더스티 호프만, 로버트 레드포드

[셋] <내부자들> (2015)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보수일간지 주필인 이강희(백윤식 분)는 재벌권력과 결탁해 차기 대권 후보를 뒤에서 밀어주는 실세 중 하나다. ⓒ 쇼박스


아마 작금의 우리 사회를 최근에 가장 적확하게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비선 실세 운운하며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력 대선 후보와 그의 뒤를 봐주는 재벌권력, 그리고 이들의 행보를 든든하게 뒷받침 하는 국내최대 보수신문 주필이 핵심 캐릭터다. 영화는 이들에게 배신당한 조직폭력배가 끈 떨어진 검사와 힘을 합쳐 통쾌하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는데 작품 속에서 각 캐릭터들이 던진 대사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현실에 맞닿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대사가 바로 보수신문 이강희 주필의 "어차피 민중은 개돼지라 금방 잊는다"이다. 당시 대본을 쓴 감독의 상상력에서 나온 산물이라지만 실제로 몇 개월 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정도면 영화가 예언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오마이스타>에 "그 대사들을 적으면서도 '설마 현실이 그렇겠어?'라고 생각했다"며 "근데 정말 현실에 이렇게 나타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내부자들>ㅣ2015ㅣ감독-우민호ㅣ주연-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비선 실세 최순실 박근혜 하야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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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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