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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축구대표 안영학이 국내 K리그에 오면...

[스포츠뉴스 훑어보기] 남북 스포츠 교류에 한몫할 수 있어

06.01.12 12:39최종업데이트06.01.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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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인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고 있는 북한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안영학(28·나고야 그램퍼스)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12일 알려졌습니다.

안종복 인천 단장은 "안영학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영입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총련계 재일동포인 안영학은 지난 해 열린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북한대표 선수로 뽑혀 맹활약했습니다. 그동안 총련계 축구선수로는 량규사가 2001년 울산 현대, 김명휘가 2002년 성남 일화에 각각 입단한 적이 있지만 실제 운동장을 누비지는 못했습니다. 안영학은 앞서 한국 프로축구 진출을 꾀했던 선수들과 비교해 기량에서 한 수 위입니다.

이제는 총련계 동포선수가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는 게 그리 큰 뉴스가 아닐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치적 필요에 의해 허가한 성묘 방문 정도를 빼고는 총련계 동포들의 국내 활동은 극히 제한돼 있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이죠.

1991년 남북 단일(유일) 청소년축구대표팀을 꾸렸을 때 일입니다. '코리아'팀이 구성돼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합동훈련을 할 때 서울에서 만난 북측의 주 공격수인 윤철에게 넌지시 남쪽 프로축구팀(직업축구단)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불러만 주시면 얼마든지…"라며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윤철은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었는데 훈련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본선에서는 뛰지 못했습니다. 만약 윤철같은 선수가 국내 K리그 구단에 영입돼 뛸 수 있었다면 이는 스포츠를 통한 진정한 남북교류의 상징적 계기가 됐을 겁니다.

물론 안영학의 경우도 이에 못지 않은 상징성이 있다고 봅니다. 안영학이 북한 국적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북한 대표팀에 선발됐고, 실제 경기에서 뛰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인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일동포선수들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총련계 동포 선수들에게는 북한 국적 선수라고 하는데 이는 정확하게 구분해 말하면 옳지 않은 표현입니다. 현재 일본에는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DPRK) 국적을 보유한 재일동포는 없습니다. 다만 '조선' 국적 소유자 가운데 상당수가 총련계일 뿐입니다.

1965년 한일협정이 발효된 뒤 민단(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계 동포들은 한국 국적을 얻기 시작했고, 총련계 동포들은 사실상 무국적자인 '조선' 국적자로 남게 됐습니다. 꼭 총련계 동포가 아니더라도 동강난 조국의 어느 한 쪽을 택할 수 없었거나 조선이라는 말에 애정을 가진 적지 않은 동포들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조선'이라는 국적 아닌 국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국적을 지녔던 선수들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한 사례가 몇몇 있습니다. 1987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71kg급 동메달리스트 이창수는 1991년 바르셀로나 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끝낸 뒤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수단에서 이탈해 남쪽으로 온 뒤 국내에서 잠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이창수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모임인 '유맥회'에도 가입하는 등 국내 유도계에서 나름대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인 황보영은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탈북하기 전 함께 얼음판을 달리던 동료들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안영학이 부디 입단 절차를 잘 마치고 K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남북은 오는 12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단일팀 '코리아'를 출전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선수단 구성과 관련해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단일팀 구성은 의지의 문제일 것입니다.

단일팀뿐만 아니라 북측의 우수한 2, 3개 구단이 남측 K리그의 구단과 하나의 리그를 이뤄 시즌을 펼쳐나가는 일도 언제인가는 가능할 것입니다.2006-01-12 12:37ⓒ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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