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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미8군사령관이 주한미군경비지원금(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와 국민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한 데 이어 주한미군 관계자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측은 주한미군 감축·미군재배치·이라크 파병 비용 등을 근거로 감액을 요구하고 미국 측은 오히려 한미연합전력은 증강된다는 이유로 증액을 요구한 끝에 한미양국이 지난 3월 15일, 2005년도 주한미군경비지원금으로 6860억원(약 6억 8600만 달러)을 잠정합의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 금액은 한화로는 2004년도의 7469억원보다 약 609억원이 감액된 것이지만, 미화로는 환율변동으로 2004년도의 6억 2200만 달러보다 10% 정도 증액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에 큰 문제가 있어서 화가 난 것일까? 하지만 그 배경과 내용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 글에서는 우선 주한미군경비지원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한국인 해고를 말하기 전에 당신들의 '교만함'부터 잘라내시오!" 용산 미군기지 철조망에는 미국인들의 교만함을 꾸짖는 내용의 피켓이 걸렸다.
ⓒ 평통사

미군경비지원, SOFA에도 위배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이란?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이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협정’을 줄인 말이다. 한미양국은 1991년 최초로 이 협정을 맺은 이후 2~3년마다 협정을 갱신해 오고 있다. 지원금은 인건비, 연합방위증강사업, 군사건설(비전투시설), 군수지원비 등 4개 항목으로 나뉘어 지출된다.

한편, 정부는 이 협정에 대한 줄임말을 우리가 당연히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어감을 주는 ‘방위비분담금’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평통사는 보다 객관적으로 이 협정의 성격을 표현하는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이라고 표현한다.
/ 유영재
첫째,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은 불평등한 한미SOFA에도 위배된다.

한미SOFA 5조 1항에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즉, 우리가 시설과 구역을 미국에 무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나머지 모든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 SOFA규정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불평등한 한미SOFA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일본의 선례를 들어 협정체결을 강요한 것도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도 협정을 체결했으니 한국도 이를 따를 것을 강요하여 협정을 체결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엔화가치가 올라가고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주일미군이 주둔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를 보전한다는 이유로 1986년 경비지원협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우리 경우는 정반대였다. 즉, 원화가치는 하락하고 달러가치는 올라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처럼 상반된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정이 체결된 것은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이다.

국방비 154% 증가, 미군지원금 794% 증가

셋째,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은 새로 체결할 때마다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91년 처음 체결할 때 835억원이었던 지원금은 2004년에는 7469억원으로 14년만에 9배나 늘어났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154% 증가한 반면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은 무려 794%나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이 전체 국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최초 1.12%에서 3.94%로 폭증했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은 국가 재정에 점점 더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서도 과도한 주한미군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매년 미 의회에 보고하는 '주둔국 미군 주둔비용 분담 보고서(Report on Allied Contributions to the Common Defense 200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1년도 주한미군지원비는 GDP 대비 0.17%다. 이에 비해 일본은 0.11%, 독일은 0.05%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적 부담능력에 비해서도 일본의 1.5배, 독일의 3.4배나 큰 금액을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주한미군경비지원금 외에도 많은 직간접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액수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한미군경비지원금을 포함하여 2000년에 11억 8440만 달러(1조 4218억원), 2001년에 11억 2155만 달러(1조 3359억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평통사 질의에 대한 국방부 답변 자료). 여기에는 부동산 임대료, 카투사 인력지원, 각종 조세감면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미국은 이 금액조차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각각 3억 8812만 달러(4657억 원), 3억 1657억 달러(3799억원)나 낮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미국에 아낌없이 퍼주고도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4일, 용산 미군기지 5번 문 앞에서 캠벨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 참석자가 7천억원이 모자라 한국민 협박하는 캠벨 사령관에세 사죄를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평통사

매년 3조원 미국에 퍼줘

여섯째, 우리나라는 주한미군경비지원금과는 별도로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이라크 파병비용 등도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용산기지와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2008년까지 최소 5조5천억원(정부 발표)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한 2사단 이전비용도 우리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한 미국의 강요에 따른 이라크 파병 비용으로 2004년도에 2877억원, 2005년도에 1609억원을 지원한다.

이들 금액과 주한미군경비지원금 약 7천억원, 그 밖의 직간접지원비 약 1조원을 합하면 우리는 향후 약 5년간 매해 약 3조원의 엄청난 금액을 미군에게 퍼주게 된다.

이처럼 불평등한 SOFA에도 위배되는 천문학적 액수를, 나아가 미군관련 비용을 모두 합하면 매년 약 3조원을 지원하면서도 올 해 지원비가 좀 줄었다고 미국으로부터 모진 협박을 당하고, 숭미사대주의세력은 이로 인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비참하고 서글픈 현실이다.

다음 글에서는 캠벨 발언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비판하기로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우리는 이런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6일 정오부터 주한미군사령부에 항의 글을 보내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기로 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네티즌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

[인터넷 시위 참가 안내 : 평통사 홈페이지(www.peaceone.org) '공지사항' 메뉴]

유영재 기자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미군문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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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기 위해 기자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사무처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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