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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고도 욕먹는 '주한미군 경비지원금'

지난 글들에서 필자는 주한미군경비지원금 자체의 문제점과 캠벨 미8군사령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캠벨 사령관의 발언이 주한미군 경비지원금에 대한 잠정합의 당사자인 미국 정부의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은 이 발언이 단지 '돈' 문제 때문에 나온 것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즉,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 '전략적 유연성' 문제 ▲ 작전계획 5029 수정 문제 ▲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한미양국의 갈등이 그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2003년과 2004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양국의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을 다뤄온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03.9.3~ 4)에서 한국측 수석대표인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주한미군 지역역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 …… 다만 현재 지역역할을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려를 말하는 것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하여 매우 단호한 어조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우리 당국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여왔던 입장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한미 당국자 간의 그 동안의 합의 사항을 뒤집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불만을 품고 캠벨에게 이런 발언을 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다루는 한미양국의 회의가 6~7일에 열리고,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한미동맹 안보정책구상(SPI)회의가 5~6일에 열리는 시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 지난 6일, 한미당국의 '전략적 유연성 회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평통사 주최로 외통부 앞에서 열렸다. 한 참석자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평통사
전쟁 먹구름 몰고 올 '전략적 유연성'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한미양국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제까지 50년 동안 대북 방어형 붙박이 군대로 운용되어 왔던 주한미군을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화하겠다는 것으로서, 핵심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포위와 봉쇄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 주한미군 역할 확대 개요
ⓒ 평통사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군사적 요구다. 잠재적국으로 상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하여 이들의 도전을 사전에 단념시키려는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을 중국 포위에 동원하지 않고서는 이런 목적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항구와 공항이 있는 평택으로 옮기는 것도, 서해안을 따라 MD벨트를 구축하는 것도 중국 포위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허용하고 우리나라 기지를 대중국 전초 기지로 제공한다면 우리는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중국과 적대 관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및 동북아의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군사적 긴장과 갈등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중국-대만 분쟁과 같은 원치 않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 군사적 측면만 문제인 게 아니다. 중국은 2004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 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과 적대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우리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미양국 밀실협상에서 우리 운명 결정?

이런 중차대하고 심각한 일이 미국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욱 충실히 대변하는 외교·국방 관료들에 의해 우리 국민 몰래 추진되어 왔다. 지난 6~7일에도 비밀리에 이와 관련한 협상이 진행되었다. 여기에 대통령이 그나마 일정한 제동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영악한 우리 정부 관료들은 우리 대통령보다 미국의 힘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3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방어적 성격에서 침략적 성격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 국민과 민족의 운명에 참화를 안길 수도 있는 이런 엄청난 문제를 앞장서 국민에게 알려야 할 언론도, 지식인들도 문제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지 않을까? 우리 스스로 떨쳐 일어나 우리는 미국의 앞잡이가 아니라고, 우리를 미국이 벌이는 침략전쟁의 하수인으로 만들지 말라고, 우리의 평화를 짓밟지 말라고 손으로, 발로, 목소리로 외쳐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유영재 기자는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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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기 위해 기자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사무처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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