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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같으면 10여대의 컨테이너 차량이 안산 보세장치장을 가득 메웠지만, 화물연대 2차 파업 이후 하루에 1~2대 꼴로 줄어들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3일 오후 2시. 평소 이 시각 같으면 대형 컨테이너들의 경적소리로 북적여야할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주요 도로들은 매우 한산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오후 도로 양쪽에 빼곡이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만이 공단의 스산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평소 반월공단에는 하루에 200여대의 대형 컨테이너 차량들이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화물연대 파업 선언 이후 이곳에는 30~40대만이 움직일 뿐입니다. 현재 서울-부산 간 장거리 수송은 겨우 33%~40%에 불과합니다."

반월공단에서 운송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S물류'의 A사장은 열띤 목소리로 현재의 물류 이동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평소 컨테이너 40피트 한 대의 운송비(부산)는 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대 당 130~140만원을 준다고 해도 차가 없어 난리"라면서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추석이 지나서 물류비 과잉 문제로 업체 대부분이 망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 평소 같으면 대형 컨테이너들의 경적소리로 북적여야할 반월공단의 주요 도로들은 매우 한산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그는 또 "산자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현장조사를 통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면서 "이상한 통계치 가지고 언론 플레이만 하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운송업계는 지난달 27일 '운송정상화'를 선언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달랐다.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선언한 지 14일째. 수도권의 대표적인 수출입 공단인 경기 안산의 반월공단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물차 물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3일 부산항의 경우 평소 대비 74.7%의 수송률을, 광양항과 의왕 ICD는 각각 110.8%, 93.6%의 반출입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물류 이동의 핵심이랄 수 있는 화물차량의 장거리 수송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자금력 약한 중소기업은 화물차 못구해 '아우성'

반월공단에 입주한 업체는 현재 2105개. 대한전선, 삼보컴퓨터 등 20여 개의 대기업을 빼면 중소기업들이 공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후 2시30분.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반월공단을 헤매다 취재진이 도착한 곳은 중소 가죽 피혁업체인 'S피혁'. 이 업체의 주차장에는 부산항으로 향하지 못하고 적체되어 있는 가죽제품으로 가득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반월공단의 3분의 2이상이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원자재 수입을 통해 가공 수출하는 소형 업체들은 장거리 수송을 통한 원자재 수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이들이 받는 고통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부산항으로 가져갈 화물차량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창고에 쌓이고 있는 수출 물품들.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장거리 수송률이 떨어지면서 우선적으로 화물차량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그나마 있는 차량도 운임료가 높아지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는 차량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 자체를 중단한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는 얘기다.

반월공단 18구역에 위치한 Y실업의 관계자 또한 "운송비를 2배 올려줘도 배차를 받을지 말지"라며 "화물연대 파업이 더욱더 장기화되고 이런 식으로 물류비가 상승하게 된다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월공단 내에 있는 대기업들은 그나마 큰 피해를 보고 있지 않고 있었다. 지난 5월 물류대란 이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의 경우 포항 쪽에서 실어나르는 스테인레스 원자재 수급은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운송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통해 별 무리없이 수출입 물량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대한전선의 자재·출하를 담당하고 있는 박규철 과장은 "화물연대 파업이후 운임을 약 10~20% 정도 더 주고 있지만 하루 200톤 가량의 원자재 이동은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회사와 계약한 운송회사의 차주들이 대부분 화물연대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보컴퓨터 또한 지난 5월 물류대란 이후 자체적으로 운송팀을 가동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경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출 길 막혀 신용대란으로..."

▲ 오후 4시. P사에 컨테이너 차량이 투입되자 일손 놓고 있던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이날 P사는 5대의 컨테이너에 수출 물품을 실을수 있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상황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동에 난로를 주로 수출하는 P기업의 경우 무리없이 수출입을 하기 위해 일일 최소 15~20대의 컨테이너가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5~6대의 컨테이너 차량만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연 13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이지만 물류량이 많다보니 자체 물류팀을 꾸릴 수가 없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

P기업의 B전무는 "수출물량으로 난로만 연간 90만대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부산항에 운반이 안되는 바람에 대외 신용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과거 운임의 2~3배를 줘도 차량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이어 "이런 화물운송 문제는 물류비용 상승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남아 짐을 날라야 하는 직원들의 특근에 대한 임금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2중 3중고를 겪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무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보세장치장에 쌓이는 원자재들

서울-부산간 장거리 수송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수도권 인근의 기업뿐만 아니라 수출입 원자재를 임시로 쌓아두는 집합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월공단 9구역에 위치한 '안산세관특허보세장치장(이하 보세장치장)'. 평소 같으면 10여대의 컨테이너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겠지만, 오늘은 하루 통털어 단 1대만이 보세장치장 한 구석을 외로이 지키고 있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장거리 수송이 막히면서 평소 물동량의 60%만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곳은 수출입 원자재를 세관에서 통관하기 전에 임시로 쌓아 놓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 수출입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장거리 수송이 막히면서 보세장치장에는 평소 물동량의 60%만이 운용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보세장치장 국내물류팀 홍승부(42) 대리는 "요즘에는 차량을 구하지 못해 부르는 것이 값이 됐다"면서 "월 1500톤 가량을 처리하는 이곳이 차량이 없는 관계로 지금은 4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주로 컴퓨터 부품을 수출입하는 이곳 보세장치장의 창고들은 상당부분 비어있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러한 것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라고 이곳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동지들과 함께 파업에 동참해야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곳 물품을 운송해 주던 사람으로써 이를 외면만 할 수도 없었다"면서 "정부, 업주, 화물연대 모두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번 사태를 빨리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저녁 9시30분 부산위수탁지부장과 경인ICD지회장의 경찰 자진 출두로 인해 화물연대 파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화물연대 파업 보름만에 '중단'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화물연대 지도부는 강경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보름째를 넘어서면서 수도권의 주요공단의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자금경색이 가시화 되는 지금 정부와 화물연대 측의 성실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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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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