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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과 관련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최근 몇몇 의원분들이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평가 결과를 전달받고 '모멸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원통했을 겁니다. 특히 평소 존경하는 분들, 같은 상임위에서 정말 열심히 활동하신 걸 옆에서 지켜본 분들이 포함돼 진심으로 안타깝고 의아하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당의 모든 의원님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진정성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 하나 하위 20%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분은 없습니다.

국민가수의 탈락과 8년 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경선에서 패한 김광진, 이동학, 김빈, 남영희, 장하나, 정청래 후보자들이 2016년 3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컸유세단' 출정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더컸유세단 "더민주 총선 승리 위해 다시 마이크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경선에서 패한 김광진, 이동학, 김빈, 남영희, 장하나, 정청래 후보자들이 2016년 3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컸유세단' 출정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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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라는 인기 TV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쟁쟁한 가수들이 나와 경연을 벌이고, 한 명이 탈락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첫 탈락자는 김건모씨였습니다. 출연가수와 관객, TV를 지켜보던 시청자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화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 더 크게 논란이 된 건 김건모씨의 재도전 결정이었습니다. '국민가수'가 탈락한 것은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이 정한 룰을 깬 것에 시청자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김건모씨는 재도전 무대 이후 자진 하차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룰'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문재인 대표가 만들고 이미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선출직공직자평가제도를 놓고 크게 충돌했습니다. 소위 비노·반문 의원들이 평가 하위 20% 컷오프에 반발해 의원총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국민은 하위 20%는 탈락하는 줄 아는데 우리가 다른 결정을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라며 "당 대표를 앞에 두고 돌아가며 사퇴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앞으로 이 문제로 의총을 안 열었으면 좋겠다"라고 맞섰습니다. 

결국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만든 선출직공직자평가제도를 포함한 '혁신안'은 최종 관철됐습니다. 문재인 당대표를 흔들던 인사들은 하위 20% 컷오프를 '비노 공천학살'이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대거 탈당했습니다.

이후 시행된 평가 시스템에 따라 공천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가장 큰 희생자는 정청래 의원이었습니다. 최고위원을 역임하고 자칭 '당대포'로 활약했던 정 의원에게는 경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동료 의원들뿐 아니라 당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당 홈페이지까지 마비됐습니다.

정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당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인생에 이혼과 탈당이라는 단어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재심이 기각된 이후에도 정 의원은'더 컷 유세단'을 만들어 공천에 탈락한 현역의원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에 나섰습니다. 당 안팎에서 정 의원의 행보에 큰 박수가 따랐습니다. 

유리하면 공정, 불리하면 불공정?

정청래 의원처럼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게 됩니다. 중요한 건 '룰'을 흔들지 않는 것입니다. 의원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하위 평가를 받으면 황당하고, 억울하고, 충격받고, 모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하거나 탈당하든, 승복하고 경선을 치르거나 불출마하든 선택은 자유고 그에 책임을 지면 됩니다. 어떤 선택에는 비판이 따르고, 어떤 선택에는 박수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합의한 룰을 흔들면 안 됩니다. 나한테 유리하면 공정, 불리하면 불공정이라는 식의 태도는 국민을 실망하게 할 뿐입니다. 자신에게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 버려야 합니다. 

저 역시 비록 도전자이지만,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이기에 다른 원외 후보들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구 현역의원은 어떻습니까? 시·구 의원을 동원한 조직력과 당원 명부 독점, 수년간 쌓아온 인지도를 비롯해 풍부한 자금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훨씬 더 많은 프리미엄을 누립니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감산 제도는 애초에 그런 프리미엄을 누리는 현역의원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사실을 알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누군가는 받아야 할 성적표입니다. 내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없습니다. 

반발하시는 의원분들의 심경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러면 '누가 하위 20%여야 납득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합의된 '룰'을 흔들지 않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모두 8년 전 정청래 의원의 선택이 박수받았던 이유를 떠올려 봐야 합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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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당, #공천, #이동주, #이재명,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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