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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왼쪽)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 카이스트 입틀막, 인권위에 제소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왼쪽)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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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재학생·동문·교수·학부모 등 1136명이 이른바 '입틀막' 사건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경호처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당사자인 카이스트 석사졸업생 신민기씨와 카이스트 동문들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경호처장, 경호처 직원들은 피해자(신민기)를 넘어뜨려 제압하고,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밖으로 끌고 나간 뒤 별실에 감금했다가 경찰서로 강제 인계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표현과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을 뿐만 아니라 체포·감금·연행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인권침해 축소·무마 시도"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했다. 당사자인 신민기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카이스트 입틀막, 인권위에 제소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했다. 당사자인 신민기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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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신씨는 "저는 인권침해 피해자다. 제가 손팻말을 만들어 갔다고, 정당의 직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을 가졌다고 해서 인권침해를 겪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책임 있는 설명 대신 사건을 축소하고 무마하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가 '고의적으로 행사를 망치기 위해 교통사고를 유발한 것'이라고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께 말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 서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정부 여당의) 무책임과 모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은 경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 이후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졸업식 복장을 한 경호원들을 대기시킨 뒤 평화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졸업식 참가자를 끌어내는 것인가. 저항하지도 않는 저를 별실에 가둬 졸업식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제가 겪은 일은 다시는 누구도 겪어선 안 된다"며 "권력이 학교를 토론의 장이 아닌 혼란의 장으로 빠뜨리지 못하도록, 멋대로 학우들의 미래를 정하지 않도록 경호처의 개입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이스트 동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재학생 최동주(물리학과 21학번)씨는 "권력은 순간이나 진리는 영원하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연구는 여러번 실패해도 답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리저리 넘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스스로 틀렸음을 인지할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을 퇴장시킨 정부는 '효율적인 과학'이란 명분 하에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다음 기회를 없앴고, 이에 항의하는 과학기술인의 입을 막아 자유로운 토론을 막았다. 권력은 순간이나 진리는 영원하다. (정부는) 과잉대응을 반드시 사과하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카이스트 졸업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며 직접 써 온 원고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대통령 사과 촉구하는 카이스트 학부모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카이스트 졸업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며 직접 써 온 원고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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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수리과학과 01학번으로 2004년도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혜민(더불어민주당 광명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씨도 "해외에 있는 동문들도 이번 '입틀막' 사건을 접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주면 되겠냐', '함께하겠다'며 많은 연락을 주고 계시다"며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위해 의로운 행동을 한 신민기씨를 비롯한 카이스트 구성원들은 R&D 예산복원과 대통령의 사과, 경호처 책임자 경질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졸업생을 둔 학부모도 "대통령께서 축사를 멈추고 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얼마나 박수를 받았겠나"라며 "졸업식 주인공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쫓아낸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입이 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앞서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김용원 처장과 경호처 직원들을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고, 4000여 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연구중단 속출... '생활비' 줬으니 입에 '풀칠' 하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가운데)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 카이스트 입틀막, 인권위에 제소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가운데)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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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이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입틀막 사건 이후) 진로에 영향이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다만 제가 겪은 부당한 일은 제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과학기술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R&D 예산은 작년 대비 약 4조 6000억원(14%) 삭감됐다. 월급이 반 이상 깎인 대학원생들도 많다. 다들 경제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학생인 동시에 연구노동자이기 때문에 생활 측면에서 여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신씨는 대통령이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학비·생활비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미 카이스트에선 시행되고 있는 내용의 정책이고, 인문계가 빠져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미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가 중단·취소된 상황인데 생활비를 줘서 입에 풀칠을 하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피해를 복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원생들에게는 연구경력도 중요하다. (예산삭감으로) 연구가 중단되면 생계 타격만큼이나 큰 피해"라며 "(R&D 삭감 기조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다른 대안이 많은데도 과학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학우들마저 뜻을 접게 만든다면 과학계가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 카이스트 입틀막, 인권위에 제소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졸업생 강제연행과 관련, 당사자인 신민기 씨와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및 경호처'를 제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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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입틀막,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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