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인공 민선아가 나오는 장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인공 민선아가 나오는 장면.
ⓒ tvN

관련사진보기

 
인간 삶에서 즐거움과 긍정적인 경험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복잡한 감정과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경우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14일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구자욱 책임연구원과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강효정 교수의 공동연구팀이 장기간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무쾌감증(anhedonia)이 특정 뇌영역과 유전자의 분자적 기전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뇌연구원은 예전에 방영됐던 인기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인공(민선아)이 식사나 샤워를 거르거나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지 못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지 못하는 것을 예를 들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무쾌감증(anhedonia)을 겪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지만, 만성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발생과정에서 무쾌감에 관련된 뇌 영역이나 유전자에 대한 정보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무쾌감증은 주요 우울장애의 핵심 증상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보고하는 낮은 긍정 정서와 연관돼 있다고 한다. 임상연구에서 보고되는 바에 따르면, 무쾌감증은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70%에서 나타날 정도로 우울증의 주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무쾌감증은 음식 섭취 등 신체적인 즐거움 감소(physical anhedonia)와 사회적인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무쾌감증(social anhedonia)으로 구분된다. 이런 무쾌감증은 일반적으로 초기 우울증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임상적 우울증에서 마지막에 해결되는 증상이다. 
 
우울증 연구 결과 정리 모식도
 우울증 연구 결과 정리 모식도
ⓒ 한국뇌연구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에 한국뇌연구원과 중앙대 공동연구팀은 무쾌감증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Chronic unpredictable stress) 동물 모델'을 구축했다. 그런 후 실험을 통해 장기간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생한 무쾌감증에는 뇌중에서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활성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들을 행동 특성에 따라 하위 그룹으로 분류함 (a-d). 
스트레스로 인하여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는 사회적인 만남을 선호하지 않으며 새로운 만남을 극도로 비선호 하였으나, 무쾌감증을 보이지 않는 개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대조군과 유사한 선호도를 보였음 (e-g).
반면 절망감과 불안증은 무쾌감증의 유무와 관계없이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에 의해 증가함 (i-j).
▲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 표현형에 따른 하위 집단의 분류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들을 행동 특성에 따라 하위 그룹으로 분류함 (a-d). 스트레스로 인하여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는 사회적인 만남을 선호하지 않으며 새로운 만남을 극도로 비선호 하였으나, 무쾌감증을 보이지 않는 개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대조군과 유사한 선호도를 보였음 (e-g). 반면 절망감과 불안증은 무쾌감증의 유무와 관계없이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에 의해 증가함 (i-j).
ⓒ 한국뇌연구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연구팀에 따르면, 예를 들어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해 무쾌감증에 걸린 실험동물의 전전두엽을 활성화하자, 설탕물에 관심이 없었던 개체가 이전보다 설탕물을 선호하는 등 전전두엽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도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의 전전두엽에서 전사체 네트워크를 분석했더니,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 그룹이 존재했고, 그 중심에 Syt4(Synaptotagmin-4)라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와 그렇지 않는 개체의 뇌 조직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비교함 (a-c). 
RNA-sequencing을 통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시각화하여 관련성을 분석하였음(d). 이를 통해 Syt4 유전자가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 가장 중요한 유전자로 나타났으며 (e-f), 특히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만 Syt4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였음 (g).
▲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 표현형에 따른 유전자 네트워크 분석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와 그렇지 않는 개체의 뇌 조직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비교함 (a-c). RNA-sequencing을 통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시각화하여 관련성을 분석하였음(d). 이를 통해 Syt4 유전자가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 가장 중요한 유전자로 나타났으며 (e-f), 특히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만 Syt4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였음 (g).
ⓒ 한국뇌연구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공동연구팀이 실험동물의 전전두엽에서 Syt4 유전자를 과발현시키고, 일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주자 해당 동물은 심한 무쾌감증을 보였다. 하지만 장기간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무쾌감증 및 우울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Syt4 유전자는 뇌에서 다양한 신경영양물질 및 신경펩타이드의 분비와 수송을 중재하여, 시냅스와 회로 기능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해당 유전자의 과발현이 뇌에서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방출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무쾌감증 발생에 'Syt4-BDNF 조절기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7일간의 짧은 기간의 스트레스는 대조군에서 무쾌감증을 유발하지 않았지만, Syt4가 전전두엽에서 과발현된 경우에는 짧은 스트레스 노출만으로도 심한 무쾌감증이 나타남 (a-h), 반면 장기간의 스트레스에도 전전두엽 내 Syt4의 발현이 억제되면 무쾌감증 및 우울증상이 나타나지 않음 (i-p)
▲ 전전두엽에서 Syt4 발현 조절에 따른 무쾌감 및 우울증상 변화 확인 7일간의 짧은 기간의 스트레스는 대조군에서 무쾌감증을 유발하지 않았지만, Syt4가 전전두엽에서 과발현된 경우에는 짧은 스트레스 노출만으로도 심한 무쾌감증이 나타남 (a-h), 반면 장기간의 스트레스에도 전전두엽 내 Syt4의 발현이 억제되면 무쾌감증 및 우울증상이 나타나지 않음 (i-p)
ⓒ 한국뇌연구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중앙대 강효정 교수와 구자욱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전전두엽과 특정 유전자가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무쾌감증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무쾌감증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였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Syt4 유전자와 뇌 지도망이 향후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한국뇌연구원 김정섭 연구원과 중앙대학교 설시환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Nature>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12.8)>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국뇌연구원·중앙대 공동연구팀
 한국뇌연구원·중앙대 공동연구팀
ⓒ 한국뇌연구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태그:#한국뇌연구원, #우울증, #무쾌감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