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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월 26일 오후 8시]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법농단" 양승태, 5년 만의 선고 결과 "무죄"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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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귀결이라고 봅니다. 이런 당연한 귀결을 명쾌하게 판단 내려주신 재판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1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감이다. 그는 이렇게 짧은 소감을 남기고 차량에 탑승한 뒤 법원을 떠났다.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은 소감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5-1부(부장판사 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26일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무죄 선고로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관 14명 가운데 11명에게 1심 이상에서 무죄가 나왔다.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는 법관은 2명에 불과하다. 1명(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다음달 5일 1심 선고 예정이다. 법원의 제 식구 봐주기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심만 5년... 선고시간만 4시간반... 피고인들 79개 혐의 모두 무죄

이번 사건은 기소부터 이날 선고까지 4년 11개월이 걸렸는데, 선고기일 역시 이례적으로 장시간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해 오후 6시 25분에 끝났다. 이는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혐의를 79개 세부 혐의로 나눠 따로 판단했고, 각각의 판단 내용의 요지를 법정에서 낭독했기 때문이다.

주된 공소사실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피고인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2012~17년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헌법재판소 견제, 비판 판사 탄압 등의 목적으로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위법·부당한 문건 작성 등을 지시를 하거나 여러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각 세부 혐의 판단에 앞서 사법행정권자가 법관의 재판권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사법행정권자의 직무감독권 등 사법행정권은 계속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결국 피고인들이나 임종헌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죄를 쉬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각 세부 혐의를 판단하면서, 사법부 구성원에게 직접 지시·전달 등을 한 임종헌 전 차장 등의 직권남용을 대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지시에 대해서는 직무권한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남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주심인 김용덕 대법관에게 청구기각 의견을 전달하고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 한 혐의도 모두 무죄였다.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두고 임 전 차장 등의 직권남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에게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이를 보고받거나 지시·승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경우,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3억 5000만 원을 불법 편성한 뒤 실제로는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지급하고 그 과정에서 허위 시스템 입력·문건 작성 혐의도 있었는데, 이 역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이 또한 두 사람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았다.

체면 구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이날 무죄 판결의 불똥은 용산과 여의도에도 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7~19년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로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지휘해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 기소를 직접 발표하면서 "판결 선고시까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선고 직후 "오늘 선고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판결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검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양승태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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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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