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했다. 윤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암투의 서막이란 해석도, 서로 합의 하에 이뤄진 약속대련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그 진위와 관계없이 현 시점의 승자는 한 위원장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한동훈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디올백 수수 사건'을 바라보는 당정의 입장 차, 하지만...

"약속대련? 그건 모르겠지만, 지금 한동훈 위원장 체제로 계속 가야 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지금 뭘 가지고 그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위원장 체제를 어렵게 세웠는데 선거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그걸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짜 갈등이 있다면 반드시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윤 갈등'이 표출된 건 지난 21일이었다. 상황을 종합해 보자면, 한 위원장은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받은 윤 대통령의 '사퇴하라'는 뜻을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표면적 이유는 '사천'이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구을 지역구 출마 선언을 지지한 일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디올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당내 기류에 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더해 김 여사를 프랑스 대혁명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받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비판한 김 비대위원에, 한 위원장이 힘을 싣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그래도 "한동훈이 더 필요한 사람"
   
2023년 12월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3년 12월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결국 '김건희 여사의 사과'에 관한 당정의 입장차가 갈등으로 비화한 모양새다. 당내에선 김 여사 사과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부분 '어쨌든 한동훈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지역에 출마할 의원들은 한 위원장을 강하게 비호했다. 서울 지역 출마 예정인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동훈이 민심을 얻고 있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한동훈을 윤석열보다 더 좋아한다"라며 "한동훈이 더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한동훈을 몰아낼 방법이 없다"라며 "의총을 열어봐야 한동훈이 이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일부 의원이) 김건희가 사과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공천을 대통령실에서 준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의원 단톡방에서 김건희가 사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엔 2명이 동의했는데, 한동훈 나가야 한다는 말엔 아무도 동의하지 않고 침묵한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거나 영남 지역에 기반을 둔 의원들은 '김건희 사과'엔 반대하면서도 '한동훈 체제'를 지지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여사 사과와 관련해 "디올백은 일종의 진상품이다. 대통령실에서 관련 메뉴얼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텐데 대통령실의 조치를 확인도 안 해보고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라며 "(뇌물수수란 야권 주장의) 팩트가 잘못된 것인데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는 말엔 "이번 충돌은 더 강해지기 위한 혼란과 진통이라고 본다"라며 "실질적인 권력 암투라고 할지라도 통합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국민들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떻게 몰카 공작을 하는 그런 놈한테 속아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보좌를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몰카 공작 자체에 대해서 잘못된 것이라고 당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을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소개했다는 건 조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우리 당이 차지하지 못한 곳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람과 붙겠다고 나온 비대위원을 소개한 건 가상한 일"이라고 '사천 논란'을 일으킨 한 위원장을 감쌌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공동운명체이고 함께 정치권을 개혁해야 하는 동반자"라며 "봉합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이 먼저 흘린 것?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
   
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
 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번 '한·윤 충돌'은, 한 위원장 쪽에서 키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식사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인데, 갑자기 사퇴를 하라고 했다는 기사가 난 걸로 안다"라며 "한 위원장 쪽에서 먼저 흘린 것 아니겠느냐"라고 추측했다.

다른 의원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 맞는다면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한 것이라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번 싸움은 한동훈의 승리로 끝날 걸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한 여권 관계자 또한 "약속대련이라기엔 너무 리얼하다"라면서 "한 위원장이 먼저 사퇴를 요구받았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귀띔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두고 사실관계를 가장 먼저 밝힌 건 한 위원장이었다. 한 위원장은 22일 출근길에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의에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라면서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사퇴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역으로 확인해 준 셈이다.

태그:#한동훈, #윤석열, #김건희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