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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4일, 군산 인문학창고정담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작가 초대로 정담북클럽을 진행했다.
▲ <팀버>의 이은미 작가와 <땅의 주인>의 이동은 작가를 북클럽에서 만나다 2024년 1월 4일, 군산 인문학창고정담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작가 초대로 정담북클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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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4일. 정담북클럽은 인문학창고 정담(군산시 해망로 244-7)에서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각각 대상과 응모우수상을 수상한 이은미, 이동은 작가를 초대하여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겨울 밤의 신선하고 따뜻했던 자리의 이야기는 2023년부터 시작된다.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오기까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갈무리.
▲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소개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갈무리.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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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에 응모한 작품 편수는 총 2719편이었다. 지역 책방이 주최하는 첫 번째 공모전에 이렇게 많은 편수가 몰린 것은 놀라운 일이다. 본선에 37편이 올랐고, 대상과 가작 그리고 응모우수상으로 9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군산의 지역 책방에서 주최했지만 당선자 전부가 군산 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을만큼 전국적인 호응을 받았다. 
 
2023년 6월 공모가 시작되었고 2023년 12월 수상작품집이 출판되었다.
▲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 포스터와 수상작품집 2023년 6월 공모가 시작되었고 2023년 12월 수상작품집이 출판되었다.
ⓒ 프로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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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자격 '제한 없음', 공모 분야 '제한 없음', 그리고 원고지 1매에서 50매 내외라는 낮은 문턱은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등을 가볍게 밀어주며 응모를 독려했다. 석 달도 안 되는 응모 기간에 밀려든 편수에 심사위원의 어려움은 상당했을 것이다. 

류보선 심사위원(교수·평론가)은 "응모작 대부분이 완성도가 높았고 제각각 개성적인 문체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밀도와 강도도 촘촘하고 단단했다. 내공을 감지하기에 충분했다"(128쪽)며 심사평에 소감을 밝혔다. 낙선자를 위한 격려였다고 백 번 양보하더라도, 여전히 2719편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낮은 문턱'으로만 볼 수는 없다.

군산초단편문학상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했다. 황량한 시대에 우리의 야트막한 사랑이 모여 어딘가에 있을 서로를 향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군산초단편문학상의 가장 큰 성취일 것이다. 

군산의 책방 마리서사가 주최한 군산초단편문학상이 상금과 공모전 운영위원회라는 주관 등의 격을 갖추게 되기까지, 서로의 어깨를 내어준 동료들이 있었다. 11개의 군산 책방과 1곳의 군산 문화기획단체, 그리고 1곳의 출판사가 군산초단편문학상을 후원했다. 기획 과정에서 의기투합한 후원 단체들은 '군산 동네서점 지도'를 제작하고, '군산책문화발전소'의 이름의 회의실 토크를 가졌으며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기념회를 겸한 시상식까지 협력하여 치러냈다. 
 
2023년 12월 2일, 군산 근대교육관에서 출간기념회외 시상식이 열렸다.
▲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년 12월 2일, 군산 근대교육관에서 출간기념회외 시상식이 열렸다.
ⓒ 김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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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독자의 손에 들어온 책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조금 작고 얇다. 책의 탄생 배경을 모르는 누군가는 분량에 비해 가격이 높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읽기 전의 판단일 뿐이다. 고작 38,856글자에 각기 다른 아홉 개의 세상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오히려 너무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원성을 내놓게 될 것이다.

신유진 심사위원(작가·번역가)는 '초단편문학상'의 '초'를 이렇게 표현한다. 

"한계와 경계를 넘는 문학을 기대하게 하는 이 접두사는 단순히 짧은 글이 아닌, 과감한 시도와 모험, 한 호흡에 읽히는 흡인력, 혁신적 형식에 새로운 시선을 담은 글의 탄생을 부르는 말일 것이다."(138쪽)  

독자와 만난 초단편 작가들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으로 2023년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정담북클럽은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을 1월 첫 번째 토론책으로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이은미 작가와 응모우수상의 이동은 작가를 초대했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책 전체를 읽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짧은 내용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자꾸 생각이 난다, 숏폼처럼 영상의 분량도 짧아진 시대라서 '초단편'도 가벼울 줄 알았는데, 역시 문학에는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등의 감상들과 추가 질문들이 쉬지않고 오갔던 시간이었다.
 
정담북클럽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함께 대상 작가를 초대했다.
▲ <팀버>의 이은미 작가 정담북클럽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함께 대상 작가를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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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 이은미 작가는 판다 푸바오의 인기가 치솟았을 때 동물원을 방문했지만, 기프트샵으로 이어지는 동선에서 저항감을 느꼈다고 한다. 늘 동물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육사의 인터뷰는 감동적이었지만, 인간이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면서 아주 이기적인 인물을 사육사로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팀버>는 일면 상반되어 보이는 두 장소가 인간 중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이기심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돈과 싸움, 싸움을 조장하는 자와 싸움의 당사자. 이렇게 연쇄적으로 얽혀있는 폭력적 욕망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사회 일반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욕망의 연쇄작용을 깨뜨릴 방안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은미 작가는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지구 공동체를 위한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정담북클럽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함께 응모우수상의 이동은 작가를 초대했다.
▲ <땅의 주인>의 이동은 작가 정담북클럽에서 "2023년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함께 응모우수상의 이동은 작가를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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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동은 작가의 작품 <땅의 주인>은 땅, 혹은 지구라는 세상의 주인을 누구라고 말하고 있을까. 현재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하여 더이상 지표면에서 살지 않는 인류를 그린 자신의 SF작품을 쉽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새로운 과학커뮤니케이터의 발견에 참석자들은 경탄하고 즐거워했다.

땅의 중력은 일종의 저항이고 장애물이었으나, 중력 없이는 땅을 밟고 걸을 수 없다. 걸을 수 없으니 지나온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는 과연 그렇게 성찰하며 땅에서 살아왔을까. <팀버>는 동물의 이름으로 쓰였지만, 일반명사로 보았을 때 '나무 목재'라는 영어 단어의 뜻은 동물을 목재, 즉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행태를 연상시킨다.

인류가 지구에서, 땅에서 살기 위해서는 땅이 아닌 자기 존재의 주인이 되는 것에 집중하며 동물은 물론, 자기 자신을 재료로 소비하지 않도록 성찰해야 할 것이다. 폭력적 욕망의 연쇄작용을 깨는 것은 서로를 위한 야트막한 사랑에 있지 않을까.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작가 초대의 북클럽이 진행 중이다.
▲ 정담북클럽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토론과 작가 초대의 북클럽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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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와 새로운 이야기

북클럽의 토론과 대화 속에서 별개의 두 작품은 경계를 허물고 독자의 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했다. 작가의 손에서 벗어난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새로운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었다.

북클럽에 참석한 군산 시민 사이에 섞여 앉아있던 강형철 심사위원(시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인간이 자신을 가장 영성이 높은 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교만이었고 인간은 하나의 생명체 종일 뿐이니, 이제 새로운 세계에서 기존 문학의 문법을 떨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임을 보게 된다며 20대 작가들의 작품 설명과 질의응답에 경의를 표했다.
  
부디 <2023 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직접 작품의 의미를 만나시길 바란다.
출간기념회 벽면에 당선작 9편이 적혀 있다.
▲ 군산초단편문학상 당선작품들 출간기념회 벽면에 당선작 9편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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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은미, 박우림, 양준서, 김현지, 반히, 이동은, 이지영, 진상용 (지은이), 프로파간다(2023)


태그:#군산초단편문학상, #초단편문학, #초단편, #정담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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